건축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기계이다

야마구치 가쓰히로의 <공간연출 디자인의 원류>(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기계화, 규격화, 표준화는 당시의 새로운 이데올로기였다.
그것은 산업사회를 성립시키는 이데올로기이기도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산업사회의 구성요소에 건축을 포함시킬 경우 그것은 건축의 상위개념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미스 반 데어 로에도 이 같은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현실적 조건으로 수용하고 그 안에서 건축이 취해야 하는 조건을 기계화, 규격화, 표준화로 파악했다.
‘건축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기계이다’는 르 코르뷔제 개인의 생각이라기보다 주택을 포함한 모든 건축을 산업사회의 체제 속에 귀속시키고자 했던 1920년대와 1930년대 유럽 건축가의 사상을 대변하는 테제였던 것이다.
당시는 건축의 산업화라는 버스를 타지 못할 경우 건축가 또는 건축이라고 하는 조형분야가 소멸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던 시대였다.
그렇다면 근대기능주의는 하나의 양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유행’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전반(前半) 유럽에서 뿌리를 내린 표현주의는 이 같은 산업화에 대한 본능적인 반항이 노출된 형태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근대건축의 성립과정을 표현주의와 기능주의로 양분하여 각각을 대립개념으로 이해하고, 결과적으로는 표현주의의 후퇴와 기능주의의 승리라고 정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것은 현실을 왜곡시킬 뿐이다.
산업화는 건축분야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인 대세였다.
따라서 시대적 대세를 이해하고 그 결과를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산업화를 전제로 표현주의와 기능주의의 건축양식을 비교 분석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윤추구와 대량생산을 전제하는 산업사회의 윤리강령에 입각한 기계화, 규격화, 표준화라는 근대기능주의의 이데올로기가 결과적으로 어떠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유럽보다는 고도 자본주의경제 체제 하의 미국에서 좀더 명확하게 나타났다.
키슬러는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에 이 같은 경향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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