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움직이는 가정용 책꽂이>

야마구치 가쓰히로의 <공간연출 디자인의 원류>(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키슬러가 「상호현실주의와 바이오테크닉에 관하여」를 통해 표명한 이론을 실천한 예로 <움직이는 가정용 책장>의 디자인을 들 수 있다.
컬럼비아 대학 건축과에 개설된 디자인 상호관련연구소(Design Correlation Laboratory)에서 학생들과 함께 1936년에서 38년에 걸쳐12)제작된 이것을 통해 키슬러는 산업생산품의 라이프사이클 및 공업기술의 인간공학적 접근 등에 관한 그의 이론을 실증하고 있다.


바이오테크닉에 기초한 이 디자인은 우선 진보적인 디자인 수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디자인에 앞서 책이라고 하는 ‘정보용기(情報容器)’에 관한 연구와 역사적 관점에서 그것을 소장하는 행위의 의미 등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었다.
키슬러의 디자인은 일반적인 경우와 같이 기존의 형태나 형식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았다.
키슬러는 기술환경을 구성하는 모든 도구에 관해 그것이 왜 발생했는가를 추적하고, 그 결과 유추된 대상물의 개념이 명확해진 후에야 디자인을 시작한다.


그는 우선 책장의 역사적 변화과정을 검토한 결과 인쇄물의 형식 변화와 책장형태의 변화가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아가서 오늘날 가정에서 책과 그 밖의 인쇄물이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유형이 유추되었다.


⑴ 일시적인 소장

⑵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소장

⑶ 소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소장

⑷ 사장(死藏)


이상의 4가지 단계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서적의 물리적, 목적론적, 경제적 폐퇴(廢頹)과정과도 일치한다.
일종의 라이프사이클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것은 서적 이외의 모든 사물에도 적용 가능하다.


한편 책장의 형태를 디자인하기 위해 책장과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의 동작에 관해 조사했다.
책장을 이용할 때 인간의 시선, 손, 팔, 몸통, 그리고 다리 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분석했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고 그것을 원래의 자리에 되돌려놓는 행위는 각각의 신체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책장의 형태는 인간의 동작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의 동작과 그것에 대응하는 책장의 기능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 상호현실주의의 중심개념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관관계를 충족시키는 도구를 디자인하는 것이 디자인 상호관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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