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갤럭시’의 발단
야마구치 가쓰히로의 <공간연출 디자인의 원류>(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키슬러가 ‘갤럭시’라고 명명한 작업의 발단은 19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키슬러가 의식적으로 행한 최초의 조형 활동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해서 키슬러는 1956년 그의 첫 번째 부인 스테피와의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도 기억하고 있는 것과 같이 제1차 세계대전 중 나는 비인의 슈발첸베르그 광장에 주둔하고 있던 군대의 신문반에서 일한 적이 있지.
그 일 덕분에 스위스의 신문을 읽을 수 있어서 휴전협정 조약체결 몇 일전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
그래서 나는 사무소에 들어가 회색 골판지를 이용해 커다란 갤럭시를 만들기 시작했지.
그것들은 흰 트레싱 페이퍼를 덮은 약 20매의 불규칙적인 크기들이었는데 나는 그것들을 각각 다른 간격으로 벽에 붙였어.
그리고 그 위에 검은 색으로 신체의 프로포션이 점점 크고 높게 늘어나는 장면을 그려 넣었지.
스테피, 기억하겠지?”
“물론 확실히 기억하고 있지요.”
“그리고 12년 전 나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파악된 개성 있는 초상화를 그렸다.
갤럭시의 아이디어가 부활된 것이야.
E. E. 커밍스와 마르셀 뒤샹, 그리고 앙리 로제의 초상화가 그것이지.”2
여기에 소개한 키슬러의 회상에 의하면 최초의 갤럭시는 거의 직감적인 수준의 영감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같이 몇 개의 유니트가 각각 상관관계을 지니는 이른바 ‘상호관련’개념은 이후 키슬러의 모든 작업에 적용되기 시작한다.
키슬러가 행한 작업의 핵이라 할 수 있는 개념이 여기서 출발된 것이다.
예를 들어 1923년에 최초의 발상을 보인 ‘엔드리스’는 이 책의 전반부에서 이미 소개한 것처럼 구형(球形) 극장안(案)을 통해 제시된 개념이다.
그런데 ‘엔드리스’는 장력에 의해 유지되는 각체구조(殼體構造)에 기반을 두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연속적인 표면에 의한 일체구조(一體構造)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갤럭시는 분리된 각각의 유니트 사이에 작용하는 연속적인 힘에 발상의 기저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각체구조는 표면의 연속성을 통해 그곳에 작용하고 있는 힘의 관련을 가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반면 갤럭시는 힘의 관련이 비가시적이기 때문에 각 유니트의 연속성은 인간에게 지각된 조형인식에 의해 파악된다.
키슬러의 갤럭시는 사각형의 캔버스 평면상에서 발생하는 조형적인 균형을 추구했던 몬드리안의 회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같은 데 스틸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몬드리안이 2차원의 평면을 표현대상공간으로 한정했던 데 반하여, 키슬러는 3차원의 구체적인 공간을 구성의 장으로 선택했다.
키슬러와 몬드리안은 데 스틸의 기본 기념을 각각 독자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켰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