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존슨 저택을 위한 ‘갤럭시’>
<갤럭시>라는 이름의 작품이 하나 더 있다.
최초의 갤럭시가 무대디자인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라는 이유에서 조각적 구성보다는 시각적 구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두 번째의 <갤럭시>는 애초부터 야외전시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따라서 생물적 이미지는 감소되는 대신 유기적인 형태의 추상성이 강조된다.
전체적인 구성에서도 커다란 V자형 구조를 띠어 공간의 다이나미즘이 강조된다.
이 작품에는 목재가 사용되고 있는데, 그 형태는 금속에 버금갈 정도의 강렬함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의 미국 현대조각은 초현실주의의 영향 탓인지 식물 또는 생물적인 형태를 띤 것이 많았고, 스케일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시각적 이미지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이며, 상대적으로 작품의 공간성은 2차적인 문제였다.
그 같은 상황에서 키슬러의 작품이 지니는 공간성과 표현적인 구성력은 미국의 조각계에 유형무형의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두 번째의 <갤럭시>는 1951년에 제작되어 건축가 필립 존슨의 저택 정원에 놓여졌다.
필립 존슨은 바우하우스의 멤버였으며 미국에서 국제양식전도사 역할을 했던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제자이다.
그러한 존슨과 키슬러의 관련을 의아하게 여기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키슬러는 회고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1925년 이후(이것은 키슬러가 미국에 도착한 이후를 말한다. - 필자) 필립 존슨은 <엔드리스 하우스>의 정당성을 인정했습니다.
1950년 쿠츠 갤러리에서 개최된 전람회에서는 조각가, 화가, 건축가가 공동으로 작품을 제작했었습니다.
건축가로 초대된 것은 존슨, 그로피우스, 브로이어, 그리고 그 밖의 몇몇 건축가들뿐이었습니다.12
키슬러는 애당초 초대작가로 선정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초현실주의 조각가 데이빗 헤어로부터 자신의 작품을 위한 주택을 디자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헤어와의 공동 프로젝트로 <엔드리스 하우스>이 출품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출품된 작은 <엔드리스 하우스> 모델을 근대미술관 건축부문 큐레이터였던 존슨이 미술관 소장품으로 구매하겠다고 요청했다.
이때 존슨은 키슬러의 <갤럭시>도 구매한 것 같다.
존슨 저택은 국제양식의 대표작으로도 유명한 <글래스 하우스 Glass House>(1949)이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영향을 받은 이 주택은 금속 프레임과 대형유리의 투명한 쉘터(shelter)에 의해 건축의 내부와 외부가 연속되어 있다.
당시로써는 최첨단의 건축기술을 이용해 인간이 유사 이래 추구해왔던 주거공간의 꿈을 정점에 이르기까지 달성한 예로도 유명한 건축이다.
유리로 된 커튼 벽이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 유리건축을 비난해온 키슬러의 조각이 존슨 저택의 정원에 놓이게 된 것은 아이러니일 것이다.
직선과 평면에 의해 최대한으로 단순화한 구성과 개방적인 공간처리.
이와는 상반되게 목재에 의한 유기적인 형태의 구성과 다이나믹한 공간처리 양상을 보인 키슬러의 조각, 주택이라는 이름의 물리적인 쉘터와 조각이라는 정신적인 쉘터 등, 이 같은 사실들은 언뜻 상호상반된 것으로 서로 부조화할 것이라는 생각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 둘을 잘 관찰해보면 이복형제와도 같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존슨 저택의 <갤럭시>는 1956년 벼락을 맞아 현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