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모빌로이드>의 구상

 

키슬러는 갤럭시의 개념을 진전시킨 <모빌로이드>에 관한 구상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음 단계로 이 같은 회화나 조각, 또는 분할된 건축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이 조용히 옆으로 눕거나 일어설 수 있는 것처럼.
나아가서 걷고, 달리고, 뛰어다니고, 그리고 휴식하는 것과 같이 운동하는 것을.19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메카니즘으로 그는 자력장(磁力場)을 지닌 벽을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벽면의 앞뒤에 자력을 지닌 오브제가 떠있고 자유자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정해진 궤도 위에서 정지하거나, 빠르게 움직이기도 하며, 마치 시계바늘과 같이 천천히 움직이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관객은 자력에 의한 움직임을 분(分) 사이클, 시(時) 사이클, 낮과 밤의 사이클로 변환시킬 수 있어서, 마치 듣고 싶은 음악을 들려주는 뮤직박스와 같이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연한 움직임조차도 기계장치를 부착하여 감상자의 요구에 따라 조작할 수 있다.
말하자면 고도의 키네틱 아트라고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키슬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회화도 조각도 오브제도 아닌 <모빌로이드>야말로 실내공간에 우주를 창조하는 것이다.
<모빌로이드>의 움직임은 다름 아닌 혹성이 괘도 위를 맴도는 것처럼 ‘살아 있는’것이다.
마치 회화가 우리의 자연환경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에 의존하고 있는 것처럼.20

이 <모빌로이드>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키슬러는 1961년 레오 카스텔리 화랑에서 새롭게 제작한 <갤럭시>와 <엔드리스 하우스>의 모형을 발표했다.
그때 발표된 <갤럭시>는 몇 장의 패널로 구성되었는데, 패널과 패널의 접합점에는 목재 조인트를 사용했었다. 화면의 추상적인 묘사선의 강도만 보더라도, 자기장을 이용한 <모빌로이드>의 구상을 구체화하고자 의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키슬러가 생각한 자기장에 의한 움직임은 물리학적인 장력구조에 의존했던 ‘연속성’의 아이디어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갤럭시>에 관한 마지막 시도라고 할 수 있는 <모빌로이드>의 구상을 통해 그는 1918년 이후 품고 있었던 ‘갤럭시’의 사상을 보다 명확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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