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연속성’의 실현
야마구치 가쓰히로의 <공간연출 디자인의 원류>(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월드하우스’화랑이 완성된 1957년, 키슬러의 숙원이었던 ‘엔드리스’에 입각한 공간연출이 구체적으로 실현을 보게 된다.
같은 해 『아키텍추얼 레코드』지는 “방문자들은 마치 조각작품의 내부를 걷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세포와도 같은 기계적인 골조로 된 공간을 지니는 일반적인 건물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라고 평했다.
계속해서 키슬러는 “존경하는 바우하우스의 전통, 그리고 데 스틸의 전통은 죽었다.”고 선언하고, 자신의 ‘엔드리스’는 이제 33살이 되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그의 머리속에서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존속되고 있던 공간개념이 실현을 보게 된 것이다.
또한 ‘월드 하우스’화랑에서의 전시에 대해서 키슬러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최종적인 목적은 개성 있는 전시를 하는 것이다.
당연히 각각을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
개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독립은 필연적인 요구로서 수용되어야 한다.
단지 넓은 공간을 확보한다거나 난해하게 배치하는 것에 주력한다면 실패할 것이 뻔하다.
그림과 그림 사이의 공간을 너무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은 부적합한 것을 적합한 것처럼 보여주기 위한 노력에 불과하다.
모든 문제는 화랑 전체의 연속성을 고려해서 해결해야 한다.
이 같은 방법은 궁극적으로 건축적인 계측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계측 문법’을 창출해낼 것이다.
나아가서 각각의 개성을 희생시키는 일 없이 조형예술에 적합한 어떤 방법을 유도해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인접한 벽면과의 거리를 측정해서 그것을 반복하는 동안 각 작품을 대비시키기도 하고, 면과 직각으로 서거나 옆으로 비스듬히 보는 행위 등이 기본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것은 회화작품과 방문객과의 만남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회장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한 발 앞으로 들어설 것인지, 옆으로 이동할 것인지, 뒤를 돌아볼 것인지, 또는 돌연 흘낏 돌아보고는 처음 인상을 확인하기도 하고, 갑자기 멀리서 바라보고 처음 인상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뒤에 곧 상호 관련되는 요소를 찾아내기도 한다.
대상물, 다시 말하면 회화나 조각은 어떤 위치에서 보더라도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같이 자발적이면서도 창조적인 결합을 위해서는 상호관련성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건축적 모델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특히 프로덕트 디자인의 논리는 건축이라는 예술의 사형선고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금 새로운 미학이 그 날개를 펴고 철창 안에 갇힌 죄수를 해방시키고 있다.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