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바이블 성전>의 주변환경
야마구치 가쓰히로의 <공간연출 디자인의 원류>(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바이블 성전>의 건축적 특징 중 하나는 전시공간이 모두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상에 있는 것은 키슬러가 최초의 영감을 구체화한 흰색의 커다란 돔과 검은 색 입방체의 벽뿐이다.
이 두 개의 구조물은 건축물이라기보다는 마치 조각과 같이 상징 역할을 한다.
이 <바이블 성전>의 외관에 대하여 키슬러 특집호를 기획한 잡지 『조디악 Zodiack』(Milan, 1969)의 기사가 단순명료한 표현으로 전달해주었다.
예루살렘의 박물관은 설계자인 키슬러 자신이 주장한 바 있는 ‘환경조각’과 같이 주위의 경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관객들은 하얗게 빛나는 파라볼라 형태의 돔과 그것과는 대조적인 검은색 현무암으로 된 벽을 보게 된다.
이것들은 낮은 떨기나무와 올리브나무, 그리고 사이프러스(cypress) 등이 흩어져 있는 돌투성이의 황량한 토지와는 대조적인 명확하면서도 산뜻한 이미지를 지니고 서 있다.6
흰색 파라볼라 형태의 돔은 외견만 보더라도 그것이 지붕, 씌우개, 또는 내부에 무엇인가를 감싸고 있는 용기의 덮개와 같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이 돔은 <바이블 성전> 중앙 홀의 쉘터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돔과는 대조적인 위치에 있는 검은 벽은 건축적으로는 아무런 기능도 지니고 있지 않다.
일종의 모놀리스(monolith: 一石柱)와 같은 것이다.
이 벽면을 본 순간 필자는 1968년 4월에 공개된 영화 <2001년의 우주의 여행 A Space Odessey 2001>에 등장하는 의문의 물체 모놀리스가 떠올랐다.
기원전 3백만 년 전 지구상에 돌연 나타난 모놀리스를 본 유인원이야기로 시작되는 영화에서, 의문의 물체 모놀리스는 2001년에 지구에서 본 달의 뒤편 분화구 속에서 다시 발견된다.
이 영화의 스토리를 활자화한 『우주의 오디세이 2001』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우주복을 입은 남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뒤편에 어떤 물체가 보였다.
높이 약 10피트, 폭 5피트의 칠흑색(漆黑色)으로 된 직립(直立) 평판(平板)이다.
을씨년스러운 그것에서 프로이드(역주: 영화 속의 주인공)는 거대한 묘석(墓石)을 연상했다.
가장자리가 날카로운 완전한 좌우대칭의 물체로 너무나 검기 때문에 그것을 비추고 있는 빛을 모두 흡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돌인지, 금속인지, 플라스틱인지, 아니면 인류가 알지 못하는 물질인지 사진을 통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