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종에게서 이스마엘을 얻다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사래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그녀는 칠십 중반이었으므로 아이를 낳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자식이 없으면 모든 재산을 종에게 남겨 줄 수밖에 없으며 또한 아브람 가계의 대가 끊기고 만다.
이를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그래서 사래는 아브람에게 “여호와께서 나의 생산을 허락하지 않으시니 저의 여종과 동침하십시오. 이를 통해서라도 자녀를 얻어야 하겠습니다”라고 권했다.


사래가 말한 여종은 이집트 태생의 하갈(Hagar)이었다.
사래는 첫눈에 하갈이 마음에 들었다.
손과 발이 유난히 크고 성격이 억척스러워서 힘든 일도 척척 해냈으며 검고 긴 머리에 거무스레한 피부와 까만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거려 인상적이었다.
더구나 걸을 때는 큰 엉덩이를 씰룩거렸는데 그 뒷모습을 보면 아이도 쉽게 쑥 낳을 것 같았다.


아브람도 자식이 없어 대가 끊길 것을 생각하니 늘 마음이 무거웠지만 아내를 사랑했으므로 다른 여인에게서 자식을 낳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시 관습으로는 아내가 아이를 낳지 못하면 소실을 들여서라도 자손을 보게 하는 것이 아내의 의무였다.
이런 관습은 기원전 1500년경에 쓰여진 메소포타미아의 누지(Nuzi) 돌판에 새겨진 글에서도 발견된다.
하나님이 자손을 약속했지만 아브람은 그것을 완전히 믿지 않았기 때문에 아브람과 사래는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던 것이다.
아브람은 아내의 청원을 받아들여 하갈과 동침했다.


하갈에게 태기가 있자 아브람과 사래는 여간 반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브람의 아이를 임신하자 하갈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하갈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래를 업신여기며 무슨 일을 시켜도 못 들은 척하기 예사였다.
이를 참지 못한 사래가 아브람에게 항의했다. (16:5-6)


“나의 받는 욕은 당신이 받아야 옳도다
내가 나의 여종을 당신의 품에 두었거늘
그가 자기의 잉태함을 깨닫고 나를 멸시하니
당신과 나 사이에 여호와께서 판단하시기를 원하노라”

“그대의 여종은 그대의 수중에 있으니
그대의 눈에 좋은 대로 그에게 행하라”


아브람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동안 분을 품어온 사래는 하갈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사래의 학대가 심해지자 하갈은 자신의 몸이 상할 것을 두려워하여 도망쳤다.
광야에 있는 수르(Shur) 우물가에서 하갈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울고 있을 때 천사가 나타나 물었다. (16:7-12)


“사래의 여종 하갈아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나는 나의 여주인 사래를 피하여 도망하나이다”

“네 여주인에게로 돌아가서 그 수하에 복종하라
내가 네 자손으로 크게 번성하여 그 수가 많아 셀 수 없게 하리라
네가 잉태하였은즉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라
이는 여호와께서 네 고통을 들으셨음이니라
그가 사람 중에 들나귀 같이 되리니
그 손이 모든 사람을 치겠고 모든 사람의 손이 그를 칠지며
그가 모든 형제의 동방에서 살리라”


천사의 말을 들은 하갈은 “이런 데서 나를 돌보시는 하나님을 뵙다니!”하고 놀라면서 그 우물을 브엘라해로이(Beer-lahai-ro’i)라고 명명했다.
이스마엘(Ishmael)은 “하나님께서 들으셨다 God Has Heard”라는 뜻이다.
하갈은 하나님을 엘로이(El-ro’i)라고 불렀는데 이는 “감찰하시는 하나님 God Who Can Be Seen”이란 뜻이다.


하갈은 천사가 시키는 대로 사래에게 돌아가서 얼마 후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이스마엘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아들이 아니었다.
아브람이 아내의 말을 따른 것은 하나님이 아담에게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3:17)라고 문책한 것에 해당하는데 남자의 어리석음을 지적하신 말씀이다. 아브람은 어리석게도 아내의 말을 듣고 소실을 얻어 자식을 얻은 것이다.
아브람의 나이 86세 사래의 나이 76세 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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