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돔과 고모라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하나님의 두 천사가 소돔에 당도한 것은 해가 이미 기울었을 때였다.
롯이 마침 성문에 앉아 있다가 천사들을 보고 일어나 땅에 엎드리며 영접했다.
롯은 그들을 길손으로 알았다. 그는 말했다. (19:2)


“내 주여 돌이켜 종의 집으로 들어와 발을 씻고 주무시고 일찌기 일어나 갈 길을 가소서”

“아니라 우리가 거리에서 경야하리라”


천사들은 사양했지만 롯이 간청하여 그들을 집에 들도록 했다.
당시 유대인은 길손을 천사처럼 정중하게 대접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손님 대접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하리라”는 격언이 아브라함과 롯으로부터 비롯했는지 모를 일이다.
아브라함과 마찬가지로 롯도 음식을 잘 차려서 그들을 대접하였다.


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아직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다.
소돔의 불량배들이 몰려와서 롯의 집을 에워싸고 길손들을 내놓으라고 소리쳤다.
길손이 왔다는 말을 듣고 그들을 추행하기 위해 몰려 온 것이다.
소돔은 남색의 악풍으로 유명했는데 그들은 남색 하는 불량배들이었다.
그들은 “오늘 저녁에 네게 온 사람들은 어디 있느냐! 끌어내라 우리가 그들과 재미를 좀 봐야겠다” 하고 문 밖에서 외쳐댔다.
롯은 밖으로 나가 문을 걸어 잠그고 불량배들에게 사정했다. (19:6-9)


“청하노니 내 형제들아 이런 악을 행치 말라
내게 남자를 가까이 아니한 두 딸이 있노라
청컨대 내가 그들을 너희에게로 이끌어내리니
너희 눈에 좋은 대로 그들에게 행하고 이 사람들은 내 집에 들어왔은즉
이 사람들에게는 아무 짓도 하지 말라”

“너는 물러나라 이 놈이 들어와서 우거하면서 (네놈이 떠돌이 주제에) 우리의 법관이 되려 하는도다
이제 우리가 그들보다 너를 더 해하리라”


롯이 손님들을 하나님이 보낸 천사들이라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위해서 자기의 귀한 혼전의 딸들을 불량배들에게 내주겠다고 말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여기서 유대인이 하나님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식뿐만 아니라 자기 몸까지도 바치는 제사 사상을 알 수 있다.
아브라함이 백세에 얻은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제물로 바치려 했으며 사사 입다는 하나님과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자기 외동딸을 제물로 바친 일이 그 예이다(사사기 11장).


불량배들은 롯을 밀치고 문을 부수려고 했다. 사태가 험악해지자 천사들이 롯을 집 안으로 끌어당기고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몰려 온 사람들에게 강한 빛을 비춰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눈이 부셔 문을 찾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불량배들이 돌아가고 주위가 조용해지자 천사들이 롯에게 말했다. (19:12-13)


“이 외에 (네 식구 말고도) 네게 속한 자가 또 있느냐
네 사위나 자녀나 성 중에 네게 속한 자들을 다 성 밖으로 이끌어 내라
그들에 대하여 부르짖음이 여호와 앞에 크므로
여호와께서 우리로 이곳을 멸하러 보내셨나니 우리가 멸하리라”


롯이 나가서 딸들과 정혼한 사위들에게 하나님이 소돔 성을 멸하실 테니 속히 떠나야 한다고 말했지만 사위들은 롯의 말을 농담으로 여겼다.
천사들이 아브라함을 생각해서 롯을 구출하려고 노력했음은 다음의 구절에서 알 수 있다.


“하나님이 들에 있는 성들을 멸하실 때 곧 롯의 거하는 성을 엎으실 때에
아브라함을 생각하사 롯을 그 엎으시는 중에서 내어 보내셨더라”(19:29).


하나님은 모든 족속이 아브라함을 통해서 복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으므로(12:3) 롯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그러나 후에 롯은 모압족과 암몬족의 조상이 되었고 이 두 족속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적이 되었다.


동이 트자 천사가 롯에게 말했다. (19:15)

“여기 있는 네 아내와 두 딸을 이끌라 이 성의 죄악 중에 함께 멸망할까 하노라”

롯이 지체하자 천사들은 롯, 아내, 딸들의 손을 잡고 성 밖으로 인도하였다. 천사가 그들에게 말했다. (19:17-22)


“도망하여 생명을 보존하라 돌아보거나 들에 머무르거나 하지 말고 산으로 도망하여 멸망함을 면하라”

“내 주여 그리 마옵소서
종이 주께 은혜를 얻었고 주께서 큰 인자를 내게 베푸사 내 생명을 구원하시오나
내가 도망하여 산까지 갈 수 없나이다
두렵건대 재앙을 만나 죽을까 하나이다
보소서 저 성은 도망하기 가깝고 작기도 하오니 나로 그곳에 도망하게 하소서
이는 작은 성이 아니니이까 내 생명이 보존되리이다”

“내가 이 일에도 네 소원을 들었은즉
너의 말하는 성을 멸하지 아니하리니 그리로 속히 도망하라
네가 거기 이르기까지는 내가 아무 일도 행할 수 없노라”


이 성은 소알(Zoar)로 알려졌다. 롯이 그 성에 들어가자 하나님은 손수 하늘에서 유황과 불을 비처럼 소돔과 고모라에 퍼부으시고 성들과 들과 성에 거하는 백성들과 땅에서 난 것들을 모두 태워버리셨다.
롯의 아내는 자신의 집과 재물이 불타는 것이 아까워서 천사들의 경고를 어기고 뒤돌아보았다가 그 자리에서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다.


아브라함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나님과 함께 섰던 언덕에서 바라보니 소돔과 고모라와 그 분지 일대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마치 아궁이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3,900년 전 당시 소돔과 고모라는 살기 좋은 땅이었지만 실제로 화산과 지진으로 지각변동이 생겨서 일시에 도시가 전멸하고 땅이 푹 꺼져 내려앉아서 염해(사해)가 생겼다.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은 사해를 방문할 때 군데군데 목화송이 같은 소금기둥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면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지중해 해면보다 450m나 얕다.
일년 내내 비가 오지 않고, 요단강물이 흘러와서 고이더라도 평균 40도의 온도로 인해 곧 말라붙기 때문에 호수물이 너무 짜서 물고기가 살지 못할 정도이며 염분이 너무 많아 몸이 저절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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