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아내를 누이라 속인 아브라함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아브라함은 헤브론을 떠나 네겝(Negev) 사막 쪽으로 가다가 가데스(Kadesh)와 수르(Shur) 광야 사이의 서남쪽 그랄(Gerar)에 정착했다.
그랄은 브엘세바 서남쪽에 있는 불레셋(the Philistines)의 도시로 비옥한 평야를 가지고 있어 농경민과 유목민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아브라함은 아내를 탐내는 자에 의해서 목숨을 잃을 것이 두려워 이집트에서와 마찬가지로(12:11-19) 이번에도 사라에게 자기를 오빠라고 부르도록 다짐시켰다.
그 사실을 모르는 그랄 왕 아비멜렉(Abimelech)은 사라를 아내로 삼았는데 그날 밤 꿈에 하나님이 나타나 말씀하셨다. (20:3-7)


“네가 취한 이 여인을 인하여 네가 죽으리니 그가 남의 아내임이니라”

“주여 주께서 의로운 백성도 멸하시나이까
그가 나더러 이는 내 누이라고 하지 아니 하였나이까
그 여인도 그는 내 오라비라 하였사오니
나는 온전한 마음과 깨끗한 손으로 이렇게 하였나이다”

“네가 온전한 마음으로 이렇게 한 줄을 나도 알았으므로
너를 막아 내게 범죄하지 않게 하였나니
여인에게 가까이 못하게 함이 이 까닭이니라
이제 그 사람의 아내를 돌려보내라
그는 선지자라 그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리니
네가 살려니와 네가 돌려보내지 않으면
너와 네게 속한 자가 다 정녕 죽을 줄 알지니라”


아비멜렉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신하들을 모두 불러 모으고 지난 밤 꿈에 하나님이 말씀하신 일을 낱낱이 들려주었다.
왕의 말을 들은 사람들 모두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아비멜렉은 아브라함을 불러 꾸짖었다. (20:9-16)


“네가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리 하느냐 내가 무슨 죄를 네게 범하였관대
네가 나와 내 나라로 큰 죄에 빠질 뻔하게 하였느냐
네가 합당치 않은 일을 내게 행하였도다
네가 무슨 의견으로 이렇게 하였느냐”

“이곳에서는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으니
내 아내를 인하여 사람이 나를 죽일까 생각하였음이요
또 그는 실로 나의 이복누이로서 내 처가 되었음이니라
하나님이 나로 내 아비 집을 떠나 두루 다니게 하실 때에
내가 아내에게 말하기를 이후로 우리의 가는 곳마다 그대는 나를 그대의 오라비라 하라
이것이 그대가 내게 베풀 은혜라 하였었노라”


아브라함은 생명을 잃을까 두려워 아내를 누이라고 말한 것이라면서 실제로 사라가 자기에게 누이가 된다고 변명했다.
아비멜렉은 아브라함에게 보상으로 양떼와 소떼, 남종과 여종을 딸려서 사라를 돌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 땅이 네 앞에 있으니 너 보기에 좋은 대로 거하라”


사라에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은 천 개를 네 오라비에게 주어서
그것으로 너와 함께 한 여러 사람 앞에서 네 수치를 풀게 하였노니
네 일이 다 선히 해결되었느니라”


아브라함이 기도하니 하나님이 아비멜렉과 그의 아내와 여종들의 병을 고쳐 주셔서 그들은 다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되었다.
사라의 일로 하나님이 아비멜렉의 집에 있는 모든 여자의 태를 닫으셨던 것이다.


아브라함이 아비멜렉에게 아내를 누이라 속인 이야기는 이집트에서 바로 왕을 속인 이야기(12장)와 같고 이 같은 속임수를 이삭의 경우(26장)에서도 본다.
창세기에는 문장구성의 유사함이 있다.
아비멜렉은 죄를 범하지 않았지만 그와 온가족이 하나님으로부터 벌을 받았고 하나님이 간여했기 때문에 더 큰 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에서 아브라함이 선지자로 알려졌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기도를 듣고 아비멜렉 가정의 병을 고쳐 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비멜렉은 군자로 등장한다.
비록 죄를 짓지 않았지만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고 아브라함과 사라를 후대하였으며 아브라함을 관용하고 자기 땅에 마음대로 자리 잡고 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비겁하게도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아내를 누이라고 반복해서 말한 것과 아비멜렉이 사라에게 아브라함을 가리켜 남편이라 하지 않고 오라비라고 지칭한 것은 익살맞다.
아브라함은 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