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의 희생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아브라함이 하갈과 아들 이스마엘을 내쫓은 얼마 후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22:1-2)


“아브라함아”

“내가 여기 있나이다”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


아브라함에게는 청천병력과도 같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만한 말씀이었을 것이다.
한동안 그는 혹시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인 사랑하는 아들을 불에 태워서 제물로 바치라니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일이었다.
아브라함에게 이삭보다 귀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재산은 물론이려니와 자기 생명보다도 귀중한 것은 이삭뿐이었다.
아브라함은 차라리 자기의 몸을 이삭대신 바칠 수 없겠느냐고 하소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지엄하신 명령을 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 또한 알았다.
하나님이 주셨으니 그분이 도로 찾아 가겠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님만을 신뢰하는 것이며 그 외에 다른 길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모리아(Moriah) 산에는 장남을 제물로 바치는 제단이 있었던 듯하다.
실제로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관습은 옛 셈족과 기타 민족에게도 있었다.
유대인들은 이런 관습을 대신해서 동물을 제물로 바쳤다.
장자를 죽일 수 없어 양과 소 같은 동물의 첫 새끼를 대신해서 바쳤던 것이다.


사람을 제물로 바친다는 것은 살인행위이며 유대인은 살인을 가장 큰 죄라고 생각했으므로 이 이야기에서 아브라함이 최대 신앙행위로서 자기 아들을 죽여서 하나님에게 제물로 드린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하나님이 아들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말씀하셨을 때 아브라함은 동물을 번제물로 바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바치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희생의 뜻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희생정신이란 자기의 모든 소유를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를 위해서는 자기의 목숨도 자식의 목숨도 바쳐야 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이 정신을 바로 이해했을 때 미리 마련해 두신 양을 번제물로 그에게 주셨다.


이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롯이 하나님의 천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의 결혼하지 않은 두 딸을 불량배들에게 내어 주려고 했던 사례가 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을 위한 희생정신이다.


사사기(Judges)에 등장하는 사사 길르앗 사람(Gileadite) 입다(Jephthah)는 “만일 하나님이 저 암몬 군을 제 손에 붙여 주신다면 암몬 군을 쳐부수고 돌아올 때 제 집 문에서 가장 먼저 저를 맞으러 나오는 사람을 여호와께 번제물로 바쳐 올리겠습니다” 하고 맹세했다.
입다가 승리하고 돌아왔을 때 소구를 들고 춤을 추며 그를 맞이한 사람은 사랑하는 그의 외동딸이었다.
입다는 “아이고, 이 자식아, 네가 내 가슴에 칼을 꽂는구나. 내가 입을 열어 여호와께 맹세했는데 천하없어도 그 말은 돌이킬 수 없는데 이를 어쩐단 말이냐!”(사사기 11:35) 하고 통곡하자 딸이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를 두고 여호와께 맹세하셨다면 그대로 하십시오. 여호와께서 아버지의 적수인 암몬 사람에게 복수해 주셨는데 저야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딸은 자기에게 두 달만 여유를 달라고 했다.
두 달 후 입다는 딸을 하나님에게 제물로 바쳤는데 딸은 처녀로 죽는 것을 애통해 하며 실컷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사기에는 한 노인이 자기 집에 온 손님을 불량배들이 폭행하려고 할 때 자기의 처녀 딸을 내어 줄 테니 마음대로 하는 대신 손님에게는 고약한 짓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사사기 19:24).
이같이 당시 유대인은 손님을 천사처럼 대접했으며 자기의 귀중한 딸까지도 바치는 관습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신라 때 에밀레종을 만들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민가의 귀중한 외동딸을 제물로 바쳤다는 이야기가 전래된다.
그리고 심청전도 바다의 용왕을 달래기 위해 뱃사람들이 심봉사의 외동딸을 사다가 제물로 바쳤다는 이야기이다.


유대인은 하나님께 바치는 제물은 자기의 소유 가운데서 가장 귀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욥은 열 명의 자녀와 모든 재산을 잃고서도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간다며 주는 자도 여호와이고 가지는 자도 여호와이니 여호와께 찬양 드릴 뿐이라고 말했다.
이방인 욥의 신앙은 널리 알려져서 유대인뿐만 아니라 동방사람도 모범적인 신앙의 교훈으로 삼았다.
구약성경의 저자는 이 같은 사건들을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시험으로 묘사했다.
시험의 원래 뜻은 Temptation으로 유혹이나 시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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