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권리를 매매한 이삭의 아들들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이삭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이삭과 리브가 사이에는 자식이 없다가 이삭이 아기를 갖게 해 달라고 하나님에게 간절히 빌었더니 리브가가 잉태했다.
리브가는 쌍둥이를 가졌는데 뱃속에 든 두 아이가 서로 싸우므로 “이같으면 내가 어찌할꼬 (이렇게 괴로워서야 어디 살겠는가!)”라고 말했다.
리브가가 하나님께 이 사실을 알리자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25:23)


두 국민이 네 태 중에 있구나 두 민족이 네 복 중에서부터 나누이리라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는 어린 자를 섬기리라
(형이 동생을 섬기게 될 것이다)


해산기한이 차서 몸을 푸니 쌍둥이인데 먼저 나온 형은 살결이 붉은 데다 온몸이 털투성이였다.
그래서 이름을 에서(Esau)라고 했다.
후에 나온 아우는 손으로 형의 발꿈치를 잡고 나왔다.
그래서 이름을 야곱(Jacob)이라고 했다.
야곱은 “발꿈치를 잡은 사람 Hell-Grasper”이라는 뜻이다.
이때 이삭의 나이 60세였다.


에서는 성장해서 날쌘 사냥꾼이 되어 대부분 들에서 살았다.
반면 성격이 차분한 야곱은 장막에 머물면서 살았다.
이삭은 에서가 사냥해 오는 고기에 맛을 들였고 또 에서가 장자이기에 차자인 야곱보다 더 사랑했다.
하지만 리브가는 에서보다 야곱을 더 사랑했다.


하루는 에서가 허기가 져서 축 늘어진 채 집에 와 보니 야곱이 죽을 끓이고 있었다.
에서는 며칠 동안 사냥하느라고 들판을 뛰어다녔지만 사냥에 실패하고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에서는 죽냄새만 맡아도 살 것 같았다.
그는 배가 너무 고프니 그 붉은 죽을 좀 먹게 해 달라고 야곱에게 간청했다.
몹시 시장해하는 형에게 야곱이 말했다. (25:31-33)


“형의 장자의 명분을 오늘날 내게 팔라”

“내가 죽게 되었으니 이 장자의 명분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리요”

“오늘 내게 맹세하라”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동생이 뚱단지처럼 상속권을 팔라며 맹세를 요구하자 에서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상속권을 팔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던 에서는 동생이 자신을 놀리려 는 줄만 알고 “그래 맹세하지”하고 말했다.
우선 요기를 하는 것이 급했기 때문이다.
장자의 상속권이란 장자가 차자에 비해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두 배로 물려받는 것을 뜻한다.
그뿐만 아니라 장자에게는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복을 받는 권리가 있다(25:19-34, 27:19, 36, 신명기 21:17).


당시 장자의 상속권을 매매했다는 기록이 메소포타미아의 누지 기록에 있는 것처럼 야곱은 착한 형의 약점을 이용해 죽 한 그릇에 재산을 두 배로 증식할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동생이 흑심을 알지 못한 에서는 허기진 배를 채워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으므로 동생이 원하는 대로 대답하고 붉은 죽을 먹은 후 다시 들로 나갔다.
에서의 별명이 에돔(Edom)이 된 것은 붉다는 뜻의 히브리어에서 연유했다.


여기서 우리는 장자로서 에서의 경솔한 태도를 본다. 끼니를 몇 차례 걸렀다고 해서 장자의 권리(birthright)를 죽 한 그릇에 판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는 퍽 어리석었던 사람인 것 같다. 그러나 경솔하고 어리석었음에도 불구하고 훗날 야곱에게 베푼 자비를 보면 에서는 동생과 달리 인정이 많은 사람이다.
반면 야곱은 욕심이 많고 교활한 인물이었다. 형의 어리석음을 이용해서 죽 한 그릇에 장자의 권리를 사고 장자 행세를 하려 했다는 것은 비열한 짓이다.
그것은 형에 대한 사기행각이자 아버지에 대한 불효이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놀랍게 하는 것은 이런 야곱을 하나님이 축복하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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