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기근이 나면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유목민이다.
흉년이 들자 이삭은 가족을 이끌고 불레셋의 왕인 아비멜렉(Abimelech)의 땅 그랄(Gerar)로 가고자 했다.
이때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26:2-5)


애굽으로 내려가지 말고 내가 네게 지시하는 땅에 거하라
이 땅에 유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고
내가 이 모든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라
내가 네 아비 아브라함에게 맹세한 것을 이루어
네 자손을 하늘의 별과 같이 번성케 하며
이 모든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을 인하여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라
이는 아브라함이 내 말을 순종하고 내 명령과 내 계명과 내 율례와 내 법도를 지켰음이니라


이삭은 그랄에서 살게 되었다.
하나님은 이삭을 이집트로 가게 하는 대신 그곳에 머물게 하셨다.
그곳 사람들이 리브가를 보고 이 여자가 누구냐고 묻자 아브라함이 그랬던 것처럼 이삭은 리브가를 누이라고 속였다.
하나님이 축복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못하고 아버지의 어리석은 행동을 답습하고 말았다.
하나님 편에서 보면 이삭이 아내를 누이라고 속일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삭은 리브가의 아름다움에 반한 이들이 그녀를 차지하려고 자신을 죽일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이삭이 그랄에 터전을 잡은 지 얼마 후 아비멜렉은 우연히 이삭이 리브가를 애무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삭을 불러 따졌다. (26:9-10)


“그가 정녕 네 아내여늘 어찌 네 누이라 하였느냐”

“내 생각에 그를 인하여 내가 죽게 될까 두려워하였음이로라”

“네가 어찌 우리에게 이렇게 행하였느냐
백성 중 하나가 네 아내와 동침하기 쉬웠을 뻔 하였은즉
네가 죄를 우리에게 입혔으리라”


아비멜렉은 모든 백성에게 명령했다. (26:11)


“이 사람이나 그 아내에게 범하는 자는 죽이리라”


이삭은 그랄에서 농사를 지어 그해 백배의 수확을 거두었다.
하나님이 복을 내리심에 이삭은 창대하고 왕성하여 마침내 거부가 되었다.
양과 소가 떼를 이루었으며 노복이 아주 많아 불레셋 사람들이 그를 시기하였다.
불레셋 사람들은 아브라함의 종들이 아브라함 생전에 팠던 우물을 모조리 흙으로 메워버렸다.
아비멜렉은 이삭에게 “네가 우리보다 크게 강성한즉 우리를 떠나가라”고 명령했다.
이삭은 그곳을 떠나 그랄 골짜기에 천막을 치고 살면서 아브라함이 팠던 우물들을 다시 파고 그 우물들을 아버지가 부른 이름 그대로 불렀다.


이삭의 종들이 골짜기에 우물을 파니 물이 콸콸 솟았다.
이를 본 그랄의 목자들은 그 물이 자기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삭의 목자들에게 싸움을 걸어 왔다.
우물을 두고 싸움이 벌어졌다고 해서 이삭은 그 우물을 에섹(Esek)이라고 불렀다.
이삭의 종들이 다른 곳에 우물을 파니 마찬가지로 물이 솟았다.
그랄의 목자들은 우물을 탐내 다시 싸움을 걸어 왔다.
그래서 이삭은 그 우물을 싯나(Sitnah)라고 불렀다.
이삭은 자리를 옮겨서 다시 우물을 팠는데 그들이 더 이상 시비를 걸어오지 않았으므로 그 우물을 르호봇(Rehoboth)이라고 부르면서 말했다.
“이제는 여호와께서 우리의 장소를 넓히셨으니 이 땅에서 우리가 번성할 것이다.”


이삭은 거기서부터 아버지가 살던 브엘세바로 올라갔는데 그날 밤 하나님이 나타나 말씀하셨다. (26:24)


나는 네 아비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 말라
내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으로 번성케 하리라


이삭은 그곳에 제단을 쌓고 하나님에게 예배드린 후 천막을 쳤다.
터전을 마련하려면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이 물이었기 때문에 종들은 그곳에서도 우물을 팠다.
성경에는 우물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한 곳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우물부터 파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하루는 아비멜렉이 친구 아훗삿(Ahuzzath)과 군사령관 비골(Phichol)을 동행하고 그랄로부터 이삭을 방문했다.
이삭이 그들에게 말했다. (26:27-29)


“너희가 나를 미워하여 나로 너희를 떠나가게 하였거늘 어찌하여 내게 왔느냐”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분명히 보았으므로
우리의 사이 곧 우리와 너의 사이에 맹세를 세워 너와 계약을 맺으리라 말하였노라
너는 우리를 해하지 말라
이는 우리가 너를 범하지 아니하고 선한 일만 네게 행하며 너로 평안히 가게 하였음이니라
이제 너는 여호와께 복을 받은 자니라”


이삭은 그들을 위해 잔치를 열고 마음껏 먹고 마시게 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그들은 이삭과 맹세하며 조약을 맺은 후 흐뭇한 마음으로 환송을 받으며 돌아갔다.
그날 이삭의 종들이 달려와 자기들이 파던 우물에서 물줄기가 터졌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이삭은 이 우물을 세바(Shebath)라고 불렀는데 오늘날 브엘세바(Beer-sheba)의 기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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