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사다리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야곱은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가다가 한 곳에 이르러 밤을 지내게 되었다.
이 길은 할아버지 아브라함이 가족과 함께 양떼와 소떼를 끌고 오던 길이다.
또한 아브라함의 종 엘리에셀이 분부를 받고 어머니 리브가를 간택하러 왕래하던 길이기도 하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어둠이 들판에 무겁게 내려앉자 야곱은 돌 하나를 베개로 삼고 누웠다.
하지만 잠이 올 리 없었다. 그는 누워서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다 신비경에 빠져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것은 앞으로 자기의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두려우니 늘 자신을 돌봐 달라는 기도였다.
하나님을 붙들지 않고서는 막막한 마음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야곱은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잠 속에서도 기도를 계속했다.
그는 꿈속에서 별들로 수놓은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땅에 이르는 기다란 사다리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하나님의 천사들이 그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너무도 놀라워서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데 하나님이 사다리 위에서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28:13-15)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너 누운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서 동서남북에 편만할 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여 복을 얻으리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 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야곱은 잠에서 깨어 벌떡 일어나 말했다. (28:16-17)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 하였도다
두렵도다 이곳이여 다른 것이 아니라 이는 하나님의 전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


고요 속에서 야곱은 명상에 잠겼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아버지와 형을 기만했으며 분노를 살 만한 일을 저질렀는데도 하나님이 자신을 축복하셨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나님의 가호가 사람의 공로로서가 아니라 오로지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놀라고만 것이다.
하나님은 무고한 동생 아벨을 살해한 카인을 벌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카인의 후예들에게는 축복을 내리시지 않았던가! 도둑놈의 마음, 사기꾼 같은 죄인이라도 회개한다면 하나님은 그를 버리지 않으시고 구원하신다는 사실을 그날 밤 야곱은 절실히 깨달았다.
그에게 하나님의 은혜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야곱은 아침 일찍 베게로 삼았던 돌을 세워 그 위에 기름을 붓고 하나님의 제단을 쌓았다.
그는 그곳을 벧엘(Beth-el)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하나님의 집 the House of God”이란 뜻이다.
원래 그곳의 지명은 루스(Luz)였다. 야곱은 그곳이 거룩한 땅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황량한 들판이긴 하지만 하나님이 분명히 계시는 곳이기 때문이다.
완성된 제단 아래서 야곱은 기원했다. (28:20-22)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시사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양식과 입을 옷을 주사
나로 평안히 아비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전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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