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아내 라헬과 레아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야곱이 벧엘을 떠나 동방사람들이 사는 땅에 가 보니 들에 우물이 있고 그 곁에는 양들이 세 무리로 엎드려 있었다.
목자들이 물을 길어다 양떼를 먹이는 우물에는 큰 돌두껑이 덮여 있었다.
목자들은 양떼가 다 모이면 우물 아구에서 돌뚜껑을 굴러내고 물을 퍼서 양떼에게 먹이고 다시 돌두껑을 제자리에 덮어 두고 있었다. 야곱이 목자들에게 물었다. (29:5-8)


“나의 형제여 어디로서뇨”

“하란에서로라”

“너희가 나홀의 손자 라반을 아느냐”

“아노라”

“그가 평안하냐”

“평안하니라 그 딸 라헬이 지금 양을 몰고 오느니라”

“해가 아직 높은즉 짐승 모일 때가 아니니 양에게 물을 먹이고 가서 뜯기라”

“우리가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떼가 다 모이고 목자들이 우물 아구에서 돌을 옮겨야 우리가 양에게 물을 먹이느니라”


야곱이 그들과 대화하고 있을 때 라헬(Rachel)이 아버지의 양떼를 몰고 그곳으로 왔다.
야곱은 예쁜 라헬을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가 라헬의 얼굴만을 빤히 쳐다보자 라헬은 얼굴을 붉혔다.
야곱은 그녀에게 다가가 이름을 물으며 자신은 외삼촌 라반을 찾아서 여기까지 왔음을 밝히고 그가 어디에 사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라헬은 처음 본 사람이 뜻밖에도 자신의 아버지를 외삼촌이라고 부르는 것에 놀랐다.
아버지로부터 고모가 가나안으로 시집갔다는 말은 들었지만 고모의 아들을 이곳에서 만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라헬이 자신은 라반의 딸이라고 말하자 야곱은 놀랍고 반가웠다.
야곱은 우물에서 돌뚜껑을 굴러 내리고 외삼촌의 양들에게 물을 먹인 후 라헬에게 입을 맞추고 감격에 겨워 소리내어 울었다.


라헬은 집으로 달려가 아버지께 야곱을 만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누이의 소생인 조카 야곱이 먼 곳으로부터 왔다는 소식을 접한 라반은 뛰어와서 야곱을 끌어안고 입을 맞춘 후 집으로 데리고 갔다.
야곱은 오는 길에 겪었던 이야기를 모두 외삼촌에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라반은 “너야말로 내 골육임에 틀림없다”고 말하며 기뻐했다.


야곱은 한 달 가량 외삼촌의 집에 머물렀다.
라반에게는 딸이 둘 있었는데 큰 딸은 레아(Leah)이고 라헬은 작은 딸이었다.
레아는 부드러운 눈매를 하고 있었지만 라헬은 몸매뿐만 아니라 용모 빼어나서 야곱의 마음은 처음부터 라헬에게 기울어 있었다.


하루는 라반이 야곱에게 물었다. (29:15-19)


“네가 비록 나의 생질이나 어찌 공으로 내 일만 하겠느냐 (골육이라고 해서 내 일을 거저 해서야 되겠느냐?) 무엇이 네 보수겠느냐 (품삯을 얼마나 주면 좋겠느냐) 내게 고하라”

“내가 외삼촌의 작은 딸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에게 칠 년을 봉사하리이다”

“그를 네게 주는 것이 타인에게 주는 것보다 나으니 나와 함께 있으라”


그로부터 야곱은 라헬을 아내로 맞을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연애하느라고 칠 년이란 세월도 그에게는 며칠로 여겨질 만큼 빨리 지나갔다.
기한이 되어 야곱이 라헬을 아내로 맞게 해 달라고 요구하자 라반은 이에 응하고 그 고장 사람들을 모두 청해 잔치를 베풀었다.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룬 후 밤이 되자 라반은 큰 딸 레아를 야곱의 방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것도 모르고 야곱은 레아와 동침했다.
아침이 되어 야곱이 눈을 떠 보니 어이없게도 옆에 누운 여자는 레아였다.
야곱은 화가 나서 외삼촌에게 항의했다. (29:25-27)


“외삼촌이 어찌하여 내게 이같이 행하셨나이까 내가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께 봉사하지 아니하였나이까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쩜이니이까”

“형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것은 우리 지방에서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 이를 위하여 칠 일을 채우라 우리가 그도 네게 주리니 (초례기간 한 주일만 채워주면 작은딸도 주지) 네가 그를 위하여 또 칠 년을 내게 봉사할 지니라”


야곱은 라헬을 사랑했으므로 할 수 없이 외삼촌이 시키는 대로 레아와 한 주일을 함께 하고 라헬을 아내로 맞았다.
라반은 라헬에게 계집종 빌하를 몸종으로 주어 거느리도록 했다.
야곱은 레아보다 라헬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야곱은 또 칠 년 동안 외삼촌의 집에서 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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