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의 씨름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야곱은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명의 아들들을 데리고 압복(Jabbok) 나루를 건넜다.
개울을 건넌 야곱은 자기에게 딸린 모든 것을 그들 편에 주어 보내고 혼자 뒤떨어져 있었다.
혼자 들판에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니 20년 전 형이 무서워 하란으로 도망치던 때가 생각났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의 처지가 그때와 마찬가지로 형의 손에 죽을지도 모르는 것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졌다.
지난날 형에게 잘못한 일을 후회하고 뉘우쳤지만 그것으로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니 들판에 버려진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면 애통하기 그지없었다.
야곱은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매달렸다. 그저 살려만 달라고 애원했다.
야곱은 기도하다 잠이 들었다. 그때 어떤 분이 그에게 나타났는데 야곱은 그분을 놓치면 소생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동이 트기까지 그를 붙들고 놓지 않았다.
야곱이 하도 집요하게 붙들고 놓지 않자 그분은 야곱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야곱의 엉덩이뼈를 쳤다.
하지만 환도뼈를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야곱은 그분을 붙들고 놓지 않았다.
그에게는 사느냐 죽느냐 하는 기로에서의 필사적인 투쟁이자 최후의 몸부림이었다.
마침내 동이 밝아오자 그분이 말했다. (32:26-29)
“날이 새려하니 나로 가게 하라”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야곱입니이다”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사람으로 더불어 겨루어 이기었음이니라”
“당신의 이름을 고하소서”
“어찌 내 이름을 묻느냐”
그분은 야곱에게 축복했다.
야곱은 “내가 여기서 하나님을 대면하고도 목숨을 건졌구나”라고 하며 그곳을 브니엘(Peniel)이라고 불렀다.
브니엘은 “하나님의 얼굴 the Face of God”이란 뜻이다.
앞서 보았듯이 야곱은 “발꿈치를 잡은 사람”이란 뜻인데 하나님이 더 이상 야곱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말고 “하나님과 투쟁한 한 사람 He Who Has Struggled with God”이란 뜻인 이스라엘(Israel)이라 하라고 했다.
이는 또한 야곱이 이제 이스라엘 국가의 국부가 될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오늘날까지 환도뼈 힘줄을 먹지 않는 것은 그때 야곱이 환도뼈를 얻어맞아 힘줄이 상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지자 호세아는 훗날 이때의 일을 빗대어 이스라엘 백성을 책망할 때 “야곱을 그 행실에 따라 벌하시리라. 그 한 짓을 따라 갚으시리라. 모태에 있을 때에는 형의 발꿈치를 잡고 늘어졌으며, 어른이 되어서는 하나님과 겨루다가 하나님의 천사에게 짓눌리자 울며 애걸하지 않았더냐?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거기에서 약속을 받지 않았느냐?”라고 했다(호세아 12:3-5).
야곱이 다친 다리를 절뚝거리며 브니엘을 떠날 때 해가 떠오르며 새 날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