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과의 만남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기근은 가나안에 더욱 격심했다.
여기저기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으며 가축들은 앙상한 뼈만 남은 채 들에 버려졌다.
인심이 흉흉해지고 힘센 사람이 약한 자를 약탈하는 무서운 세상으로 변했다.
계속되는 흉년으로 모두가 살 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이때 이집트에는 곡식이 넉넉하다는 소문이 야곱의 귀에까지 전해지자 야곱은 아들들을 불러 놓고 말했다. (42:1-2)


“너희는 어찌하여 서로 관망만 하느냐
내가 들은즉 저 애굽에 곡식이 있다 하니
너희는 그리로 가서 거기서 우리를 위하여 사오라
그리하면 우리가 살고 죽지 아니하리라”


아버지의 분부대로 열 명의 아들들은 밀을 사기 위해 이집트로 향했다.
야곱은 베냐민은 형들과 함께 보내지 않았는데 베냐민에게 무슨 변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베냐민은 라헬이 죽음과 바꾸어 난 자식이며 요셉과 같은 핏줄의 동생으로, 요셉을 잃은 후 야곱은 요셉에게 못 다한 사랑까지 베냐민에게 쏟고 있었다.


야곱의 아들들은 이집트에 도착해서 총리인 요셉 앞에 공손하게 절했다.
그들은 요셉을 알아보지 못했으나 요셉은 곧 그들이 형들임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요셉은 모른 체하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42:7)


“너희가 어디서 왔느냐”

“곡물을 사려고 가나안에서 왔나이다”


요셉은 어렸을 적 꿈을 통해 형들이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일부러 으름장을 놓았다. (42:9-16)


“너희는 정탐들이라 이 나라의 틈을 엿보려고 왔느니라”

“내 주여 아니니이다 종들은 곡물을 사러 왔나이다
우리는 다 한 사람의 아들로서 독실한 자니 종들은 정탐이 아니니이다”

“아니라 너희가 이 나라의 틈을 엿보러 왔느니라”

“주의 종 우리들은 십이 형제로서 가나안 땅 한 사람의 아들들이라 말째 아들은 오늘 아버지와 함께 있고 또 하나는 없어졌나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정탐들이라 한 말이 이것이니라
너희는 이같이 하여 너희 진실함을 증명할 것이라
바로의 생명으로 맹세하노니 너희 말째 아우가 여기 오지 아니하면
너희가 여기서 나가지 못하리라
너희 중 하나를 보내서 너희 아우를 데려 오게 하고 너희는 갇히어 있으라
내가 너희의 말을 시험하여 너희 중에 진실이 있는지 보리라
바로의 생명으로 맹세하노니 그리하지 아니하면 너희는 과연 정탐이니라”


요셉은 그들을 모두 사흘 동안 감옥에 가두었다.
사흘이 지나자 요셉은 형들에게 말했다. (42:18-20)


“나는 하나님을 경외하노니 너희는 이같이 하여 생명을 보전하라
너희가 독실한 자이면 너희 형제 중 한 사람만 그 옥에 갇히게 하고
너희는 곡식을 가지고 가서 너희 집들의 주림을 구하고
너희 말째 아우를 내게로 데리고 오라
그리하면 너희 말이 진실함이 되고 너희가 죽지 아니하리라”


그들은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42:21)


“우리가 아우의 일로 인하여 범죄하였도다
그가 우리에게 애걸할 때에 그 마음의 괴로움을 보고도 듣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괴로움이 우리에게 임하도다”


그러자 르우벤이 아우들을 향해 말했다. (42:22)


“내가 너희더러 그 아이에게 득죄하지 말라고 하지 아니하였느냐
그래도 너희가 듣지 아니 하였느니라 그러므로 그의 피 값을 내게 되었도다”


그들은 자기들과 요셉 사이에 통역이 서 있었기 때문에 요셉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요셉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말고 물러가서 흐느껴 울다가 다시 돌아와 말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들 중 시므온을 불러내어 그들이 보는 앞에서 포박했다.
요셉은 그들의 자루에 곡물을 채우라고 명령하고 도중에서 먹을 양식과 곡식 값으로 받은 그들의 돈을 자루에 도로 넣으라고 은밀히 지시했다.


요셉의 형들은 시므온만을 남겨 놓은 채 곡식을 나귀에 싣고 가나안으로 향했다.
밤에 묵을 숙소에 이르러 그들 중 하나가 나귀에게 먹이를 먹이려고 자루를 풀다가 그 속에서 자신의 돈이 그대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형제들에게 “내 돈이 도로 돌아 왔다. 아, 여기 내 자루 속에 있어!” 하고 외쳤다.
이 소리를 듣고 형제들은 얼빠진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서로 아우성을 쳤다.
“하나님 맙소사.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그들은 가나안 땅에 당도하여 아버지에게 그 동안 겪은 모든 일을 보고했다. (42:30-34, 공동번역)


“그 나라의 어른이 우리를 보고 자기네 땅을 살피러 온 간첩이라면서 심한 말로 몰아 세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짓말이라고는 통 모르는 사람으로서 간첩질 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변명했지요.
우리는 본래 열두 형제인데 한 아버지의 자식이고 동생 하나는 없어졌고 막내는 지금도 가나안 땅에 아버지와 함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나라 어른이, 이러이러하게 되면 우리가 정직한 사람인 줄 알겠다면서 우리들 중 한 사람만 남기고 나머지는 집안 식구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곡식을 가지고 길을 떠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막내를 데려와야 우리가 간첩이 아니고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닌 줄 알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형제를 도로 내주고 마음대로 그 땅에 드나들게 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들은 자루를 비우다가 자루마다 돈주머니가 그대로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돈주머니를 보자 덜컥 겁이 났다.
돈주머니를 본 야곱이 그들에게 말했다. (42:36, 공동번역)


“너희는 나에게서 자식을 하나하나 빼앗아 가는구나.
요셉도 없어졌고 시므온도 없어졌는데 이제 와서 베냐민마저 데려가겠다는 거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에 르우벤이 야곱에게 다짐했다. (42:37)


“내가 그를 아버지께로 데리고 오지 아니하거든 나의 두 아들을 죽이소서
그를 내 손에 맡기소서
내가 그를 아버지께로 데리고 돌아오리이다”


그러나 애지중지하던 아들을 잃은 경험이 있는 야곱은 막무가내였다. (42:38)


“내 아들은 너희와 함께 내려가지 못하리니 그의 형은 죽고 그만 남았음이라
만일 너희 행하는 길에서 재난이 그 몸에 미치면
너희가 나의 흰 머리로 슬피 음부로 내려가게 함이 되리라”


이집트에서 가져 온 곡식이 떨어지자 야곱은 아들들에게 다시 이집트로 가서 양식을 사오라고 분부했다.
그러자 유다가 아버지께 말했다. (43:3-7)


“그 사람이 엄히 우리에게 경계하여 가로되 너희 아우가 너희와 함께 하지 아니하면 너희가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하였으니
아버지께서 우리 아우를 우리와 함께 보내시면
우리가 내려가서 아버지를 위하여 양식을 사려니와
아버지께서 만일 그를 보내지 않으시면 우리는 내려가지 아니하리니
그 사람이 우리에게 말하기를 너희 아우가 너희와 함께 하지 아니하면
너희가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하였음이니이다”

“너희가 어찌하여 너희에게 오히려 아우가 있다고 그 사람에게 고하여 나를 해롭게 하였느냐”

“그 사람이 우리와 우리의 친족에 대하여 자세히 힐문하여 이르기를
너희 아버지가 그저 살았느냐 너희에게 아우가 있느냐 하기로
그 말을 조조이 그에게 대답한 것이라
그가 너희 아우를 데리고 내려오라 할 줄을 우리가 어찌 알았으리이까”


계속해서 유다가 말했다. (43:8-14)


“저 아이를 나와 함께 보내시면 우리가 곧 가리니
그러면 우리와 아버지와 우리 어린 것들이 다 살고 죽지 아니 하리이다
내가 그의 몸을 담보하오리니 아버지께서 내 손에 그를 물으소서
내가 만일 그를 아버지께 데려다가 아버지 앞에 두지 아니하면
내가 영원히 죄를 지리이다
우리가 지체하지 아니 하였더면 벌써 두 번 갔다 왔으리이다”

“그리 할진대 이렇게 하라 너희는 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그릇에 담아가지고 내려가서
그 사람에게 예물을 삼을지니 곧 유향 조금과 꿀 조금과 향품과 몰약과 비자와 파단해이니라
너희 손에 돈을 배나 가지고 너희 자루 아구에 도로 넣어 온 그 돈을 다시 가지고 가라
혹 차착이 있었을까 두렵도다
네 아우도 데리고 떠나 다시 그 사람에게로 가라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 사람 앞에서 너희에게 은혜를 베푸사 그 사람으로 너희 다른 형제와 베냐민을 돌려보내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내가 자식을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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