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절에 메시아가 출현한다는 것은
김광우의 저서 <예수 이야기>(지와 사랑) 중에서


분봉왕 안디바의 귀에도 예수에 관한 갖가지 소문이 들어가지 않았을 리 없다.
죽은 요한이 살아났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엘리야가 나타난 것이거나 또 다른 옛 예언자가 부활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러한 소문들이 돌았다는 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부활신앙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안디바는 소문의 주인공을 만나고 싶어 했다.


“요한은 내가 목을 베어 죽였는데 내게 이런 소문이 파다하게 들리는 그 사람은 누구인가?” 【누가복음서 9:9】


다시 유월절이 찾아왔다.
아마 29년 봄일 것으로 생각된다.
유월절에 메시아가 출현한다는 것은 유대인의 전통적인 믿음이자 바램이었다.
지난해부터 유대인에 대한 로마의 압력이 심해졌으므로 그들은 더욱더 메시아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었다.
빌라도가 갈릴리 사람들을 학살해서 그 피가 그들이 바치려던 희생제물과 뒤섞인 사건이 일어나자(누가복음서 13:1)
제로테 당원들은 거사의 날을 앞당기려고 했다.
실로암 탑이 무너져 18인의 희생자가 난 것도 그때였다(누가복음서 13:4).
정치적 사회적 불안이 커지자 사람들은 메시아의 출현을 더욱 고대하였고 예수를 메시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수도 부쩍 늘었다.


유월절이 가까워지자 예수에게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남자들만도 약 오천 명에 이르렀다.
예수가 그들을 먹이려고 하니 준비된 것은 고작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었다.
그는 그것으로 그들 모두를 먹이는 기적을 행했다.
사람들은 그가 행한 기적을 보고 “이분이 참으로 세상에 오시기로 된 그 예언자다”라고 입을 모으며 그의 결단을 촉구했다.
예수는 사람들이 자신을 앞세워 혁명을 일으키려 한다는 것을 알고 혼자 산으로 갔다.(누가복음서 6:4?5)


오천 명의 남자들이 예수에게로 간 사실은 당시 고조되던 유대인의 민족감정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요한은 그들이 예수를 유대의 왕으로 옹립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굶주린 오천 명이 그에게로 갔다는 것은 속박당하는 유대인들의 처지를 잘 드러내준다.
예수가 그들에게 사랑의 음식물로 배를 채워주었다는 것이 에피소드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유대의 독립을 위해 일어나줄 것을 요구하며 예수가 앞장을 선다면 죽음을 무릅쓰고 따르겠다고 외쳤을 것이다.
유월절이라서 사람들은 흥분해 있었다.
홀로 산으로 피한 예수는 결단의 벼랑에 서서 더욱 고독을 느꼈을 것이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과 유대인들의 요구 사이에는 화해할 수 없는 장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심히 괴로웠을 것이다.
그가 체포되었을 때 빌라도에게 한 말에서 그가 겪었던 큰 괴로움을 알 수 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
내 나라가 세상에 속한 것이라면, 내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대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 【요한복음서 18: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