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자신을 왕으로 옹립하려는
김광우의 저서 <예수 이야기>(지와 사랑) 중에서


예수는 자신을 왕으로 옹립하려는 군중들에게 그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설교를 했다.
그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으며, 미워하는 사람들을 선대하고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해주며, 모욕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쳤다.
오른뺨을 때리는 사람에게 왼뺨을 돌려대고, 겉옷을 달라는 사람에게 속옷도 주라고 말했다.
유대인들은 율법학자나 사제들에게서 사랑의 가르침을 들어본 적이 없었으며 예수에게서 그러한 말을 처음 들었다.
율법학자가 예수를 시험하려고 율법 가운데 어느 계명이 중요하냐고 물었을 때도 예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하셨으니,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으뜸가는 계명이다.
둘째 계명도 이것과 같은데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한 것이다.
이 두 계명에 모든 율법과 예언자들의 본뜻이 달려 있다.” 【마태복음서 22:37?0】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준 설교였다.
혁명을 꿈꾸던 사람들은 여간 실망하지 않았다.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바랬던 사람들은 그날 예수가 그들이 기대하던 메시아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은 예수가 자신들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판단했으므로 열광했던 만큼이나 환멸을 느꼈다.
제자들 가운데도 예수에게 환멸을 느낀 사람이 있었는데 훗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분이라는 것을 알고서 그에게 소망을 걸고 있었던 것입니다.” 【누가복음서 24:21】


드디어 바리새파와 율법학자들이 기다리던 때가 온 것이다.
민중 속에 섞여 예수를 감시하던 바리새파와 율법학자들은 그날의 일을 예루살렘 중의회에 보고했고, 가야바는 제사장들과 앞으로의 대책을 협의했다.
제자들조차 예수를 기대에 어긋나는 예언자라 생각하게 되었다면, 반란을 일으키기에 턱없이 모자란 남자라고 느꼈다면, 이제 교란공작만 하면 그를 체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감시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자들을 교란시켰다.
예수는 홀로 산으로 가서 기도하는 일이 잦았다.


제자들은 예수가 왜 괴로워하는지, 왜 그토록 자주 산으로 가서 오랫동안 기도하는지 알지 못했다.
예수는 자기가 많은 기적을 보였던 마을 사람들이 아직도 회개하지 않는 것을 야속해했다.
가버나움, 고라신, 벳새다 고을 사람들을 원망했다.


“고라신아, 너에게 화가 있다.
벳새다야, 너에게 화가 있다.
너희에게서 행한 기적들을 두로와 시돈에서 행하였더라면, 그들은 벌써 베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
… 가버나움아, 네가 하늘에까지 치솟을 셈이냐?
지옥에까지 떨어질 것이다.
너 가버나움에서 행한 기적들을 소돔에서 행하였더라면, 그 도시는 오늘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소돔 땅이 너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마태복음서 11:21?4】


예수는 여태까지 노력한 성과가 없음을 한탄했다.
그토록 사람들에게 사랑을 쏟았건만, 사람들은 그가 로마에 대한 혁명을 주모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그를 떠났다.
예수는 어머니가 계신 나사렛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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