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는 예수를 계속 따르는 이유로
김광우의 저서 <예수 이야기>(지와 사랑) 중에서


바리새파와 율법학자들은 집요하게 그를 따라다녔고 나사렛까지 와서 그를 괴롭혔다.
그들은 예수가 바알세불이란 신이 들렸다고 하거나 귀신의 두목의 힘을 빌어서 귀신을 내쫓는다고 소문을 퍼뜨렸다(마가복음서 3:22).
예수는 그들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짓는 모든 죄와 그들이 하는 어떤 비방도 용서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은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히 죄에 매인다.” 【마가복음서 3:28-29】


예수를 멀리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갔다.
한때는 열광했던 사람들이지만 실망한 후에는 열광했던 것보다 더 그를 배척했다.
예수는 갈 곳이 없어 탄식했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누가복음서 9:58】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따르지 않았으며 많은 제자들이 그의 곁을 떠났다.
예수의 형제들까지도 그를 믿지 않았다(요한복음서 7:5).
예수는 열두 제자에게 “너희도 떠나가려느냐?”고 물었다.
베드로가 대답했다.


“주님,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겠습니까?” 【요한복음서 6:66?8】


베드로는 예수를 계속 따르는 이유로 “선생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이 하나님의 거룩한 분이심을 믿고, 또 알았습니다”라고 했지만 이 말은 나중에 삽입된 말처럼 들린다.
베드로가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겠습니까?”라고 말했듯이 제자들은 차마 스승을 버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대중의 인기를 잃은 스승, 얼마나 무력하고 비참해 보였을까?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스승을 자신들마저 버린다는 것은 여태까지 지내온 정리로 보아 큰 죄를 짓는 일처럼 생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자들 역시 스승에게 크게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예수가 왕위에 오른다면 그의 좌우에 앉아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러한 희망이 물거품이 되자 그들은 대단히 낙담했다.


얼마 남지 않은 제자들을 데리고 예수는 갈릴리의 마을들을 두루 방문했다.
예전과 달리 제자들은 흥을 잃고 피곤한 몸으로 터덜터덜 그의 뒤를 따랐다.
예수는 속으로 끊임없이 “아버지,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하고 물었을 것이다.
제자들은 스승의 고민이 무엇인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예수를 더욱 괴롭힌 것은 이제 몇 남지 않은 제자들 가운데 자신을 배반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제자에게 배신당한다는 것은 스승으로서 대단한 수치인 동시에 그동안 쌓아올린 과업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의 괴로움을 상상할 수 없다.
자신이 체포되면 제자들이 모두 달아날 것이란 사실도 알고, 제자들 가운데 가장 사랑했던 베드로마저도 자신을 부인할 것을 아는 그의 마음을 우리가 어떻게 짐작조차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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