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죽이기로 결심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그렇게 노기 띤 예수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민중이 보는 앞에서 질책을 들은 그들은 필사적으로 예수에게 대들면서 트집이 될 만한 말을 찾았다.
가야바는 예수가 민중들 앞에서 바리새파와 율법학자들을 거세게 비난했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중의회를 소집했다.
그는 제사장들에게 예수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민중이 그를 메시아라고 믿게 될 것이며 따라서 로마 군인들이 유대의 땅과 민족을 빼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르오.
한 사람이 백성을 대신하여 죽어서, 민족 전체가 망하지 않는 것이 당신들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소.” 【요한복음서 11:49?0】


가야바의 말에서 우리는 광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중의 동요가 얼마나 심상치 않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예수를 따르는 수만 명의 민중이 폭동을 일으킨다면 로마 군인들이 진압에 나설 터이고,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살상될 것이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뜩이나 로마가 새로운 정치국면을 맞아 어수선한 상황이니 티베리우스 황제가 어떤 단호한 조치를 내릴지 알 수 없다.
그나마 안디바가 누리고 있던 정치적 자치권과 중의회가 누리던 종교적 자치권마저 박탈당한다면 유대의 앞날은 캄캄할 뿐이다.


한편 가야바의 말에서 우리는 그가 이미 예수를 죽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예수가 민중의 지도자이기를 거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를 속죄양으로 삼아 처형하는 것이 더 큰 사태를 사전에 막는 묘법이 될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그를 체포하여 어떤 방법으로 죽이느냐이며, 어떤 방법이 민중의 저항을 받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중의회가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 가야바의 생각이 어떠한지 예수는 알고 있었다.
그를 죽이려는 사람들이 광야에 나타나자 예수는 그들을 피해 제자들과 함께 광야에서 가까운 에브라임이라는 마을로 가서 지냈다(요한복음서 11:54).
에브라임은 사마리아인이 사는 동네다.
사마리아인과 유대인들은 서로 반목하고 있으므로 예수를 죽이려는 사람들이 잠입하기에 적합한 곳이 못 되었다.
예수와 제자들이 유월절 전까지 지내기에는 비교적 안전한 곳이다.
예수는 광야에서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죽음의 세례는 유월절에 예루살렘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예수는 사마리아 땅에서 기도를 올렸다.


의로운 사람에게는 고난이 많지만,
주께서는
그 모든 고난에서 그를 건져주신다.
뼈마디 하나하나 모두 지켜주시니
어느 것 하나도 부러지지 않는다.
악인은 그 악함 때문에 끝내 죽음을 맞고,
의인을 미워하는 사람은
반드시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다.

주님은 종들의 목숨을 건져주시니,
그를 피난처로 삼는 사람은
누구나 형벌을 받지 않는다.
【시편 34:19?2】


예수는 의인에게는 고난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의인을 고난에서 구해준다고 믿었다.
하나님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죽기 전에 극적으로 자신을 건져주지 않으신다면 죽은 후에라도 사흘 안에 건져주실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한 믿음이 없었다면 어떻게 고난을 자초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이사야서의 ‘고난받는 종’의 노래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전에는 그의 얼굴이
남들보다 더 안 되어 보였고,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상해서,
그를 보는 사람마다 모두 놀랐다.

이제는 그가 많은 이방 나라를
놀라게 할 것이며,
왕들은 그 앞에서 입을 다물 것이다.
왕들은 이제까지 듣지도 못한 일들을
볼 것이며,
아무도 말하여주지 않은 일들을
볼 것이다.
【이사야서 52:14?5】

그는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받들어져 높임을 받고 크게 존경받게 되리라고 믿었다.
그러한 믿음과 소망이 없는 예수를 상상하기란 힘든 일이다.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았다면 죽음으로부터 부활할 특권도 받았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는 장차 일어날 일에 관하여 제자들에게 말해줄 수 있었다.
사흘 후에 부활할 것이란 그의 장담은 하나님에 대한 그의 신뢰의 표시다.
그는 이사야의 다음과 같은 말씀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주께서 죽음을 영원히 멸하신다.
주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말끔히 닦아주신다.
그의 백성이 온 세상에서 당한 수치를
없애주신다.
이것은 주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사야서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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