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은 삭개오는 군중들에게 가려

김광우의 <예수 이야기> 중에서


예루살렘을 향해 가던 예수는 뒤를 돌아보고 제자 두 사람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너희는 맞은편 마을로 가거라. 거기에 들어가서 보면, 아직 아무도 탄 적이 없는 새끼 나귀 한 마리가 매여 있을 것이다.
그것을 풀어서 끌고 오너라.
어느 누가 ‘왜 이러는 거요?’ 하고 물으면 ‘주께서 쓰시려고 하십니다.
쓰시고 나면 지체 없이 이리로 돌려보내실 것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마가복음서 11:2?】


제자들이 스승이 시키는 대로 새끼 나귀를 끌고 와서 자기들의 겉옷을 나귀 등에 걸쳐놓자 예수는 나귀 위에 올라탔다.


예루살렘의 거리들은 비좁다.
그 비좁은 길을 가득 채운 순례자들은 나귀를 타고 오는 예수를 알아보았다.
그가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것을 보자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외치는 소리가 순례자들을 더욱 열광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큰소리로 외쳤다.
“호산나!”
“복되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복되어라! 다가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마가복음서 11:9?0)
예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을 제자들에게 말해주었다.


“보아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인자가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그들은 인자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이방 사람들에게 넘겨줄 것이다.
그리고 이방 사람들은 인자를 조롱하고 침 뱉고 채찍질하고 죽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흘 뒤에 살아날 것이다.” 【마가복음서 10:33?4】


순례자들의 열광적인 소리가 거리를 떠나가게 했으므로 제자들은 스승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 같다.
예루살렘에 입성한 예수는 날이 저물자 제자들과 함께 여리고로 갔다.
나사로가 죽음에서 부활했다는 소문이 이미 여리고에도 퍼졌으므로 사람들은 예수를 보려고 운집했다.
키가 작은 삭개오는 군중들에게 가려 예수의 행렬이 보이지 않자 뽕나무 위로 올라갔다.
예수는 삭개오를 보고 “삭개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서 묵어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삭개오는 얼른 내려와서 기뻐하며 예수를 집으로 모셨다.
부유한 세리장 삭개오는 예수의 가르침을 받고 자신이 소유한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으며 자신이 다른 사람을 강탈했으면 네 배로 갚아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예수가 말했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인자는 잃은 것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누가복음서 19:9?0】


이튿날 예수는 다시 예루살렘으로 갔다가 날이 저물자 베다니에 있는 나사로의 동생 마리아의 집으로 갔다.
뜻밖에 다시 예수의 방문을 받은 마리아는 예수를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
마리아의 언니 마르다는 제자들의 시중을 들었고 나사로는 예수와 함께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때 마리아가 매우 값진 순 나드 향유 한 근을 가져와 예수의 발에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았다.
온 집 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 찼다.(요한복음서 12:1?)


그때 가롯 유다도 함께 있었다.
요한은 유다를 ‘장차 예수를 넘겨줄 사람’이라고 기록했다.
유다는 대제사장에게 스승에 대해 거짓 증언을 한 후 스승을 넘겨주기 위해 돌아와 있었다.
마리아가 값진 향유를 스승의 발을 씻는 데 사용하는 것을 보고 유다는 그녀를 나무랐다.
“이 향유를 300데나리온에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왜 이렇게 낭비하는가?”(요한복음서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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