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성전이 무너지더라도

김광우의 <예수 이야기> 중에서


낮에 예수가 무엇을 했는지는 기록에 없다.
아마 자신이 열두 살 때 ‘아버지의 집’이라고 불렀던 성전으로 갔을 것이다.
성전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전 뜰에서 새끼 양을 도살하느라 성전은 온통 양들의 울음소리로 시끄러웠다.
예수가 성전 뜰을 거니는 것을 본 대제사장과 율법학자, 장로들은 그에게 와서 무슨 권한으로 성전을 청소했느냐고 물었다.
예수는 오히려 그들에게 반문했다.


“나도 너희에게 한 가지 물어보겠으니, 나에게 대답해보아라.
그러면 내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를 너희에게 말하겠다.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마가복음서 20:3-4】


뜻밖의 질문에 당황한 그들은 자기들끼리 수근댔다.
“하늘에서 왔다”고 대답하면 예수는 “어찌하여 그를 믿지 않았느냐”고 할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사람에게서 왔다”고 대답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예수를 에워싼 군중을 의식했다.
대답을 잘못했다가는 요한을 참 예언자로 알고 있는 군중이 자신들에게 달려들 것이다.
그들은 대답을 못하고 얼굴을 붉히다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고 씩씩거렸다.
그러자 예수는 “나도 내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를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마가복음서 11:33)고 하였다.
그들이 물러가자 예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예복을 입고 다니기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에 앉기를 좋아하고, 잔치에서는 윗자리에 앉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과부들의 가산을 삼키고, 남에게 보이려고 길게 기도한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더 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마가복음서 12:38?0】


성전을 떠날 때 제자 한 사람이 성전을 가리켜 아름다운 돌과 봉헌물로 잘 꾸며놓았다고 감탄하자 예수가 말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이것들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질 날이 올 것이다.”
“선생님, 그러면 이런 일들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이런 일이 일어나려고 할 때에는, 무슨 징조가 있겠습니까?”
“너희는 속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는 ‘내가 그리스도다’ 하거나 ‘때가 가까이 왔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따라가지 말아라. …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에 앞서,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하고,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겨줄 것이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왕들과 총독들 앞에 끌려갈 것이다.”
【누가복음서 21:6?2】


예수는 성전이 무너지더라도 자신이 사흘 만에 성전을 다시 세우겠다고 말해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암시하였다.
그가 은유로써 한 말을 제자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라도 제자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길 바랐던 예수는 따로 설명해주는 배려를 하였고, 그리하여 복음서 저자들은 스승의 말을 기억해두었다가 기록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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