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또한 스승이 자신의 계획을 알고 있음을

김광우의 <예수 이야기> 중에서


날이 저물자 예수는 베드로와 요한에게 만찬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들이 어느 곳에 만찬을 준비해야 하느냐고 묻자 예수가 말했다.


“너희가 성 안으로 들어가면 물동이를 메고 오는 사람을 만날 것이니, 그가 들어가는 집으로 따라가거라.
그리고 집주인에게 말하기를 ‘선생님께서 당신에게 하시는 말씀이, 내가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먹을 그 방이 어디에 있느냐고 하십니다’ 하여라.
그러면 그 사람은 자리를 깔아놓은 큰 다락방을 너희에게 보여줄 것이니, 너희는 거기에서 준비를 하여라.” 【누가복음서 22:10?2】


목요일 만찬은 유대인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상 모세에게 감사하며, 하나님께서 조상들을 이집트로부터 구해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신 날을 기념한다.
가장은 미리 준비한 무교병을 쪼개고 기도를 한 다음 가족들에게 유월절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관해서 설명한다.
또한 조상이 광야에서 40년 동안 방랑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구전으로 전해졌다.
이날 가족들은 포도주 잔을 돌려 마시며 하나님이 유대인을 구원해주시길 기원한다.


베드로와 요한으로부터 만찬 준비가 끝났다는 말을 듣고 예수는 열두 제자와 함께 그곳으로 갔다.
유다도 함께 갔다.
유다는 이 만찬이 스승과의 마지막 만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찬이 끝나면 예수의 행방을 가야바에게 고자질해야 한다.
그는 숙연한 마음으로 스승의 뒤를 따랐다.
제자들은 단순한 유월절 만찬으로 생각했겠지만 예수와 유다는 그것이 ‘최후의 만찬’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예수는 유다가 자신을 배신할 것을 알고 있었고, 유다 또한 스승이 자신의 계획을 알고 있음을 알았다.
탁자 앞에 앉은 예수는 제자들의 얼굴을 하나씩 자세히 바라보고 나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 곧 나와 함께 먹고 있는 사람이 나를 넘겨줄 것이다.” 【마가복음서 14:18】


예수의 이 말은 유다에게 스가랴의 예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다짐해두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가 유다를 따로 지적하여 말하지 않은 것은 유다로 하여금 일을 완수토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유다가 감당하기에 벅찬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러한 방법으로라도 그를 재촉해야 했다.
그와 유다 사이에 묵계가 있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그러한 해석이 예수 생애의 의의를 격하시킬까?
예언을 이루는 일은 하나님의 통치를 완성하는 일이며 하나님의 질서를 세우는 일이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자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사야의 예언도, 스가랴의 예언도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유다는 스승을 배신하라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제자들은 스승의 말을 듣자 “나는 아니지요?” 하고 말하면서 자신이 결백함을 드러내려고 했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열둘 가운데 하나로서, 나와 함께 같은 대접에 빵을 적시고 있는 사람이다.
인자는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대로 떠나가지만, 인자를 넘겨주는 그 사람에게는 화가 있다.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기에게 좋았을 것이다.”
【마가복음서 14:20?1】

준비된 죽음을 맞이하는 예수가 유다를 가리켜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저주했다는 것은 잘 믿기지 않는다.
제자들의 유다에 대한 저주를 마가가 예수의 말이라고 기록하지 않았는지 의심이 간다.
복음서의 많은 기록에서 저자들의 의도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마가뿐 아니라 다른 복음서 저자들도 유다를 저주하며, 그가 돈에 눈이 어두워 스승을 배반했다고 썼다.
그러나 당시의 정황을 안다면 예수가 제자의 배반 때문에 사형에 처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자의 배반은 상징적인 의미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예수가 유다에게 말했다.


“네가 할 일을 어서 하여라.” 【요한복음서 13:27】


유다와 예수만이 아는 비밀이 최후의 만찬에 있었다.
다른 제자들은 두 사람의 비밀을 알지 못했다.
유다가 스승의 분부대로 그 집을 나가자 예수는 무교병을 들어 기도한 후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누어주며 말했다.

“받아서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마태복음서 26:26】


예수는 포도주 잔을 들어 기도한 후 포도주를 그들에게 나누어주며 말했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것은 많은 사람에게 죄를 사하여주려고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제부터 내가 나의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새 것을 마실 그날까지, 나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절대로 마시지 않을 것이다.” 【마태복음서 26: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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