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에 대한 재판
김광우의 <예수 이야기> 중에서
예수에 대한 재판은 약식으로 치루어졌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누가 예수에게 사형이라는 무거운 죄를 내렸는지는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
유대의 재판 규정에는 중범죄는 낮에 판결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니 그의 재판도 낮에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금요일이 아니라 토요일이거나, 그가 금요일 오전에 처형되었다면 아무리 약식재판이라도 최후의 만찬은 수요일 저녁에 있었어야 한다.
또한 유대법에는 만장일치 판결은 무효라고 했는데 복음서는 예수가 만장일치로 사형판결을 받았다고 적고 있다.
가야바는 유대법을 어기고 새벽에 예수에게 사형을 판결한 뒤 동이 트자마자 그를 처형한 것인지 모른다.
그렇듯 민첩한 가야바의 행위를 빌라도가 묵인해주었을 것이다.
경비대원들이 예수를 가야바에게 끌고 가자 그곳에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 율법학자들이 모여 있었다.
가야바의 장인이자 전 대제사장 안나스도 와 있었다.
안나스는 제 몸도 제대로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늙고 힘이 없었지만 아직은 중의회의 실권을 쥐고 있었다.
사위 가야바로부터 예수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던 안나스는 상석에 비스듬히 앉아서 붙들려온 예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을 것이다.
“저자가 그리스도라니? 망상에 사로잡힌 녀석이구만!”
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 때 비공식 신문이 시작되었다.
재판에 회부할 사건인지 확인하는 신문이었다.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되면 대제사장이 최고법원을 대신하여 정식 재판에 회부하며, 소송은 공식적인 효력을 가지게 된다.
비공식 신문은 미리 수집한 자료에 따라 아주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안식일인 내일 밤에는 유월절 예식이 공식적으로 행해진다.
예수에 관한 신문과 재판 그리고 처형을 오늘 중으로 끝내야 내일 편안한 마음으로 유월절 예식을 치를 수 있다.
빌라도 총독이 요구할 법적 증거들을 완벽하게 구비해두어야 차질이 없다.
가야바 일당은 아주 서둘러 신문을 마치려고 했으며, 늙고 간교한 안나스는 사위가 실수 없이 일을 끝마치도록 지혜를 빌려주었다.
가야바는 예수가 성전을 헐어버리고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고 말한 데서 성전의 안전과 신성을 모독한 죄를 적용하려 했다.
그렇게 되면 유대법뿐 아니라 성전의 안전과 신성을 책임지고 있는 로마법에도 저촉이 되므로 사형은 당연해진다.
그러나 예수가 성전을 모독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했으며 증인을 구하는 데도 실패했다.
그러자 가야바는 예수가 자신이 그리스도라고 말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유대의 왕을 자처하는 것은 반로마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왕의 임명은 로마 황제의 권한이므로 그것은 황제에게 반역하는 행위가 된다.
멀리서 스승을 따라왔던 베드로는 가야바의 안마당에서 신문을 지켜보았다.
사람들이 뜰 한가운데 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있는데 베드로도 그들 가운데 끼어 앉아 있었다.
그때에 한 하녀가 베드로가 불빛을 안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를 빤히 노려보고 말하기를 “이 사람도 그와 함께 있었어요” 하였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것을 부인하여 말하기를 “여보시오, 나는 그를 모르오” 하였다.
조금 뒤에 다른 사람이 베드로를 보고서 “당신도 그들과 한패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베드로는 “여보시오, 나는 아니오” 하고 말하였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에 또 다른 사람이 강경하게 주장하기를 “틀림없이 이 사람도 그와 함께 있었소. 이 사람은 갈릴리 사람이니까요” 하니, 베드로는 “여보시오, 나는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소” 하고 말하였다.
베드로가 아직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곧 닭이 울었다.
주께서 돌아서서 베드로를 똑바로 보셨다.
베드로는 주께서 자기에게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 번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그 말씀이 생각나서, 바깥으로 나가서 몹시 울었다.
【누가복음서 22: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