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사형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김광우의 <예수 이야기> 중에서 

 

사람들은 예수에 대해 서로 엇갈린 증언을 했다.
가야바가 예수에게 사람들이 불리하게 증언하는 데도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예수가 여전히 침묵을 지키자 가야바는 다시 물었다.


“그대는 찬양을 받으실 분의 아들 그리스도요?”
“내가 바로 그이요. 당신들은 인자가 전능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오.”
【마가복음서 14:62】


마가가 베드로의 말을 듣고 기록했을 거라고 짐작되는 이 증언을 신빙성 있는 증언이라고 하긴 어렵다.
스승에 대한 제자들의 죄책감과 존경심이 훗날 이와 같은 기록을 남기게 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사형을 전제로 열린 중의회 재판에서 예수가 스스로를 그리스도라고 말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과거에는 메시아에 대한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자신이 그리스도임을 알리기 꺼려했지만, 불경스럽기 짝이 없는 대제사장 앞에서, 그것도 빈정거리는 그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마가는 대제사장이 예수의 대답을 듣자 자신의 옷을 찢었다고 썼는데, 슬픔을 못 이길 때 자신의 옷을 찢는 것은 유대인들의 오랜 관습이었다(욥기 2:12).
가야바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 우리에게 무슨 증인들이 더 필요하겠소?
여러분은 이제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을 들었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오?” 【마가복음서 14:63-64】


중의회 의원들은 한결같이 예수가 사형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정죄했다.
그들은 예수에게 달려들어 침을 뱉었으며, 그의 얼굴을 가리고 주먹으로 치면서 “알아 맞춰보아라” 하고 놀려댔다.
하인들은 예수를 손바닥으로 쳤다.


가야바에게는 사형을 집행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빌라도 총독에게 예수를 보내 로마에 반역한 정치범으로 사형에 처해줄 것을 요청해야 했다.
아침 해가 막 떠오를 무렵 대제사장들과 군중들은 예수를 끌고 다윗 문 근처에 있는 빌라도의 관저로 갔는데 가야바의 집에서 걸어서 약 7?분 거리였다.


빌라도는 이탈리아 동남부 삼니테 출신으로 그의 일가 가운데 누키우스, 폰테이우스, 아그니스가 가에살 암살에 가담한 바 있으며, 티베리우스 황제 시대에 집정관에 취임했던 사람도 있었다.
빌라도가 아내 프로그라를 데리고 유대의 총독으로 부임해온 것은 26년이었다.
빌라도는 자신을 후원하던 로마의 세이아누스가 처형당한 후 스스로의 힘으로 총독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는 시리아의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세심히 관찰해야 했다.
중의회와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의 처지를 잘 알고 있던 가야바는 빌라도가 자신의 판결을 추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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