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도는 갈릴리의 통치자 안디바가

김광우의 <예수 이야기> 중에서


그들이 예수를 끌고 빌라도의 관저에 도착하자 빌라도는 무슨 일로 고소하는 건지 물었다.
그들은 예수가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지 말라고 사람들을 선동했으며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을 자칭하고 유대 전역을 다니면서 사회적 정치적 소요를 일으킨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대답을 들은 빌라도는 “그를 데리고 가서 당신들의 법대로 재판하시오”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에겐 사람을 죽일 권한이 없다고 버티었다.
그러자 빌라도가 예수에게 물었다.


“네가 유대 사람의 왕이냐?”

“네가 하는 그 말은 네 생각에서 나온 말이냐?
그렇지 않으면 나를 두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여준 것이냐?”

“내가 유대인이란 말이냐?
네 동족과 대제사장들이 너를 내게 넘겼다.
너는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
내 나라가 세상에 속한 것이라면, 내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대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 네가 왕이냐?”

“네가 말한 대로 나는 왕이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을 듣는다.”

“진리가 무엇이냐?”
【요한복음서 18:33?8】


예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한편 누가는 빌라도가 군중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고 적었다.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 죄목도 찾지 못하겠소.”
그러자 그들은 강경하게 “그 사람은 갈릴리에서 시작해서 여기에 이르기까지, 온 유대를 누비며 가르치면서, 백성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누가복음서 23:4?】


빌라도는 갈릴리의 통치자 안디바가 예루살렘에 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골치 아픈 종교재판을 그에게 넘겨야겠다는 꾀가 생겼다.
갈릴리 출신인 예수는 안디바의 통치영역에 속한 사람이므로 마땅히 그가 재판해야 할 것이다.
가야바는 그러한 빌라도의 처사를 묵인했는데, 세례자 요한을 죽였던 안디바는 예수에게도 혹독한 벌을 내릴 것이고, 중의회와 안디바가 모두 예수의 처형을 바란다면 빌라도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예수를 끌고 빌라도의 관저 옆에 있는 안디바의 관저로 갔다.


빌라도가 예수를 안디바에게 보낸 것은 안디바에 대한 정중한 제스처였다.
안디바는 부왕 헤롯 대왕의 유언대로 자신의 통치지역에 관한 한 도주범을 인도받을 수 있는 권리를 비롯해 몇 가지 특권을 로마 황제로부터 부여받았다.
그러므로 빌라도는 안디바를 대우하여 요청이 없더라도 예수를 넘겨주었던 것이다.
안디바는 이를 자신에게 정치적 호의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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