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바의 계략에 빌라도가 말려든 것이다
김광우의 <예수 이야기> 중에서
예수가 부활한 세례자 요한이라는 소문을 들었던 안디바는 예전부터 그를 만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안디바는 예수가 어떤 표적이라도 보여주기를 바래서 여러 가지를 물었으나 예수는 침묵만을 지킬 뿐이었다.
안디바는 그가 소문과 달리 무력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알자 마음이 놓였다.
대제사장과 율법학자들은 안디바의 엉뚱한 질문을 듣다 못해 예수의 죄목들을 일일이 고발했다.
안디바는 호위병들과 함께 예수를 모욕하고 조롱한 후 화려한 옷을 입혀 도로 빌라도에게 보냈다.(누가복음서 23:6?2)
교활한 안디바는 빌라도의 정중한 제스처를 정중하게 사양할 줄 알았던 것이다.
빌라도는 안디바가 불쌍한 남자를 자기에게 도로 돌려보내자 예수의 무죄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는 대제사장과 율법학자들, 군중들을 불러 모아놓고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들은 이 사람이 백성을 오도한다고 하여 내게로 끌어왔으나, 보다시피 내가 당신들 앞에서 친히 신문해보았지만, 당신들이 고소한 것과 같은 죄목은 아무것도 이 사람에게서 찾지 못하였소.
헤롯(안디바)도 또한 그것을 찾지 못하고 그를 우리에게 도로 돌려보낸 것이오.
이 사람은 사형을 받을 만한 일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소.
그러므로 이 사람을 매질이나 해서 놓아주겠소.” 【누가복음서 23:14?6】
빌라도는 그저 혼이나 내어 앞으로 말조심하고 자숙하도록 가벼운 체형을 가하겠다고 하며 한 가지 안을 내놓았다.
유월절의 관례였던 특사를 예수에게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다.
특사란 제사드리는 기간 동안 죄인 한 사람을 석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 관례에 관해 복음서 외에는 기록이 없다.
마가는 빌라도가 명절 때마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죄수 하나를 놓아주곤 했다고 하여(마가복음서 15:6) 사면이 사람들의 요구에 의한 것으로 기록했다.
그러나 요한은 빌라도가 “내가 여러분에게 죄수 하나를 놓아주는 관례가 있소”(요한복음서 18:39)라고 말했다고 기록하여 사면이 빌라도의 고유한 권한인 것으로 언급했다.
어쨌든 빌라도는 예수를 처형했다가 민중의 폭동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염려하여 결백한 예수를 사면해주려고 한 것이다.
중의회의 조작극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군중들은 바라바의 석방을 요구했다.
요한은 바라바를 강도라고 기록했는데(요한복음서 18:40), 요한이 말한 강도란 요세푸스에 따르면 제로테당 폭도를 뜻한다.
마가는 바라바가 폭동 때 살인을 저지른 폭도들과 함께 감옥에 갇혀 있었다고 했으며(마가복음서 15:7) 예수와 함께 십자가 처형을 당한 두 강도에게도 같은 ‘폭도(le죚stai)’라는 말을 사용했다.
바라바는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하기 얼마 전 일어난 민중봉기 때 검거되어 감옥에 갇혔던 것이다.
빌라도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가야바는 바라바의 추종자들은 과격해서 그가 특사에서 빠진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란 점을 빌라도에게 상기시켰다.
군중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이 자를 없애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주시오.” 빌라도는 예수를 풀어주고자 다시 그들에게 말했으나 그들은 계속 외쳤다.
“그 자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누가복음서 23:21】
빌라도는 예수에게서 사형에 처할 죄를 찾지 못하였으니 매질이나 해서 놓아주겠다고 세 번 째로 말했다.
그러나 군중들은 떼를 쓰듯 우기면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큰 소리를 질렀다.
마침내 빌라도는 그들의 요구에 따르기로 결정하여, 감옥에 갇힌 바라바를 풀어주고 예수를 넘겨주었다.
마태의 기록에는 빌라도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되어 있다.
“내가 누구를 놓아주기를 바라오?
바라바 예수요?
그리스도라고 하는 예수요?” 【마태복음서 27:17】
복음서에서 예수와 바라바는 로마에 대한 두 가지 대조되는 저항방법을 상징한다.
무저항과 무력사용이 그것이다. 예수는 무력으로 저항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 반면, 바라바는 무저항이란 아주 비겁한 행위라고 여겼다.
군중들은 바라바를 선택함으로써 예수의 입장에 냉소를 던진 것이다.
빌라도는 여론재판으로 결정하는 것이 폭동을 예비하는 안전한 길이라고 생각하여 아예 처형방법까지 여론에 따르기로 했다.
군중들은 십자가 처형을 요구했다.
그것은 로마의 처형방법이며 유대인들은 돌팔매로 처형했다.
가야바의 사수를 받은 군중은 십자가형을 요구했는데 예수의 처형을 로마에 귀속시키려는 속셈이었다.
가야바는 예수가 이단자가 아니라 정치범으로 처형되길 바랐다.
이단자로 처형했다가 후에 예수의 신학이 구제를 받게 되면 오히려 자신이 이단자가 되기 때문이다.
정치범으로 처형하면 나중에 무죄로 밝혀지더라도 책임은 빌라도에게 돌아가게 된다.
가야바의 계략에 빌라도가 말려든 것이다.
그것을 안 빌라도의 아내는 빌라도가 재판석에 앉아 있을 때 사람을 보내 이렇게 전했다.
“당신은 그 옳은 사람에게 아무 관여도 하지 마십시오.
지난 밤 꿈에 내가 그 사람 때문에 몹시 괴로움을 받았으니까요.” 【마태복음서 2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