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가는 도중에 여러 번 쓰러졌다
김광우의 <예수 이야기> 중에서
빌라도는 바라바를 석방하고 예수는 군인들의 손에 넘겨주었다.
군인들은 총독 관저의 뜰에서 예수의 옷을 벗기고 주홍색 옷을 입힌 다음, 가시로 면류관을 엮어 머리에 씌우고 오른손에는 갈대를 들도록 했다.
그리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유대인의 왕 만세!” 하고 조롱했으며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 머리를 쳤다.
그렇게 희롱하고 나서 주홍색 옷을 벗기고 그의 옷을 도로 입힌 후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그를 끌고 나갔다.(마태복음서 27: 27?1)
빌라도는 관저에서 부하를 시켜 보고서를 작성했다.
황제에게 보고하려면 죄명을 기록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유대 사람의 왕 나사렛 사람 예수’라고 헤브라이어, 그리스어, 라틴어로 명패를 적어 예수의 목에 걸게 했다.
그는 가야바의 계략에 보복하려고 그렇게 쓴 것이다.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유대 사람의 왕’이라고 쓰지 말고 ‘자칭 유대 사람의 왕’이라고 쓰라고 요구했으나 빌라도는 “나는 쓸 것을 썼다”(요한복음서 19:22) 하고 대답했다.
로마 사람들이 처형에 사용한 십자가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X자 형태의 십자가는 크로스 덱서트이고, T자 십자가는 크로스 코미서이며, 문자 그대로의 십자가 형태는 크로스 인미서라고 한다.
예수에게 사용된 것은 크로스 인미서였다.
예수는 자신의 처형에 사용될 십자가를 어깨에 지고 예루살렘 성벽 북서쪽에 있는 해골이라는 뜻의 골고다 언덕으로 향했다.
십자가는 그 횡목만으로 40kg이고 전체 무게는 약 70kg에 이른다.
심하게 매를 맞은 수형자에게 그것을 지고 언덕을 오르게 한다는 것은 대단한 체벌이다.
구경꾼들이 늘어선 길을 걸으며 예수는 갖은 조롱을 받으면서 언덕으로 향했다.
사형수들은 네 명의 로마 군병의 호송을 받는 것이 보통이었다.
백부장이 네 명의 군졸을 인솔한다.
백부장은 십자가에서 수형자의 사망을 확인하고 수형자의 고통이 길어지면 몽둥이로 일격을 가해 사망을 재촉할 임무를 띠고 있다.
예수는 가는 도중에 여러 번 쓰러졌다.
지난 밤 기도하느라고 잠을 못 잤으며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서 갖은 폭행과 희롱을 다 당했으니 그 무거운 십자가를 메고 거침없이 언덕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쓰러질 때마다 로마 군인에게 매를 맞았다.
자꾸 쓰러지는 그를 보다 못해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십자가를 대신 지고 언덕을 올랐다(마가복음서 15:21).
예수의 제자들은 모두 어디에 있었길래 시몬이 십자가를 대신 지었을까?
제자들은 가야바와의 약속대로 어딘가에 숨어 활동을 중단하고 있었다.
십자가에 처형된 수형자들은 곧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래 고통을 겪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군인이 창으로 찌르거나 백부장이 몽둥이로 무릎을 때려 죽음을 재촉한다.
수형자를 십자가에 매달기 전에 의식을 마취시키기 위해 몰약을 넣은 포도주를 먹이기도 한다.
언덕에 다다르자 군인들은 예수에게 몰약을 탄 포도주를 주었지만 그는 거절했다.
그들은 예수를 벌거벗기고 허리에 누더기를 걸치게 했는데 허용되어온 관례였다.
그들은 십자가 위에 예수를 눕히고 손에 못을 박았다.
그리고 끈을 사용하여 십자가를 세운 후 두 개의 못으로 두 발을 벌려놓고 박았다.
예수가 말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누가복음서 23:34】
군인들은 예수의 옷을 차지하려고 제비뽑기를 했는데 이 역시 로마의 관습이다.
마치 시편을 눈으로 보는 듯했다.
악한 일을 저지르는 무리가
나를 에워싸고
내 손과 발을 찔렀습니다.
뼈마디 하나하나가
다 셀 수 있을 만큼 앙상하게 드러났으며,
원수들이 나를 끊임없이 노려봅니다.
나의 겉옷을 원수들이 나누어 가지고
나의 속옷도
제비를 뽑아서 나누어 가집니다.
【시편 22: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