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이 속에서 뜨거워지지 않았던가?

김광우의 <예수 이야기> 중에서


예수가 처형된 지 사흘째 되는 날 저녁, 예수를 따르던 두 사람이 예루살렘으로부터 약 30리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바위산에 둘러싸인 쓸쓸한 마을이다.
그들은 예수가 붙잡히고 처형당한 일에 관해 이야기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예수가 몸소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함께 걸었지만 그들은 눈이 가리어서 예수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예수가 “두 분이 걸어가면서 서로 주고받는 이 말들은 무슨 이야기입니까?” 하고 묻자 그들은 침통한 얼굴로 걸음을 멈추었다.
글로바라는 사람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으면서, 이 며칠 동안에 거기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서만 모른단 말입니까?”
예수가 시치미를 떼고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묻자 그들이 대답했다.


“나사렛 예수와 관련된 일입니다.
그는 하나님과 모든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이셨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대제사장들과 지도자들이 그를 법정에 넘겨주어서 사형 선고를 받게 하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분이라는 것을 알고서, 그에게 소망을 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런 일이 있은 지 벌써 사흘이 되었는데, 우리 가운데서 몇몇 여자가 우리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은 새벽에 무덤에 갔다가 그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말하기를, 천사들의 환상을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천사들이 예수가 살아 계시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와 함께 있던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대로였고 그분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누가복음서 24:19?4】


예수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참 어리석습니다.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마음이 참 무딥니다.
그리스도가 반드시 이런 고난을 겪고서 자기 영광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가복음서 24:25?6】


이야기는 계속된다.
예수는 두 제자들과 동행하며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서 전체에 관한 내용을 그들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엠마오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예수에게 함께 하룻밤을 지낼 것을 제안했고 예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을 때 예수가 빵을 들어 축사하고 떼어서 그들에게 주자 그제서야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예수는 사라졌다.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길에서 그가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성경을 풀이하여주실 때에 우리의 마음이 속에서 뜨거워지지 않았던가?” 【누가복음서 24:27?2】


누가가 전하는 두 제자에게 일어난 사건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예수가 육체적으로 부활했다면 제자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 리 없다.
예언자들의 말을 믿지 못하던 그들에게 예수는 모든 예언자들의 말을 들려주고 해석해주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가 처형된 후 제자들이 예수의 생애와 예언자들의 말씀을 서로 연관 지어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자들은 스스로 사랑의 화신이 된 스승의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약성서를 통해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그들에겐 뚜렷한 이해가 없었지만 “마음이 속에서 뜨거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최후의 만찬을 떠올렸다.
예수가 빵을 떼어 그들에게 주면서 그것이 자신의 몸이라고 말했고, 포도주를 들어 나누어주면서 자신의 피라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
그제서야 그들의 눈이 밝아졌다. 뚜렷한 확신이 생겼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며 동시에 진리의 영이었다.
바로 예언자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메시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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