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하나님의 아들

김광우의 <예수 이야기> 중에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곧 그가 메시아냐 아니냐 하는 문제이다.
이 케케묵은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논쟁거리이다.
그가 법정에서 신문당한 내용이 바로 이 문제였다. 복음서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시인했다고 기록했고, 초대교회는 이러한 믿음에 따라 형성되었다.
논란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의심하는 데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 즉 메시아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생긴다.


헤브라이어 메시아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 즉 유대의 왕을 뜻한다.
초기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메시아(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것을 신앙의 출발로 삼았다.
메시아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생긴 것은 예수가 자신을 가리켜 한 번도 메시아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 하나님의 아들로 부름 받은 예수가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자신이 생각한 메시아의 역할과 사람들이 기대한 역할이 달랐을 뿐 아니라 양자는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요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하나님의 아들이기를 거부했으며, 자신의 사역을 통해 사람들이 하나님의 아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얻기 바랐다.
그러한 이해가 생전에 가능하지 않다면 자신이 죽은 후에라도 가능해지길 원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마가복음서 1:11】


예수가 세례를 받을 때 하늘로부터 들은 소리이다.
이것은 그가 하나님의 아들로 선택받았음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아들로 선택받았다는 것은 광야에서 활약하는 예언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수행할 의무를 부여받은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수행한다는 조건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택된 것이지 선택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조건이 선행되지 않을 때는 더 이상 하나님의 아들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예수는 사람들이 고대하는 종말론적 유대의 왕으로 즉위하기를 거부했다.
자신을 유대의 왕으로 옹립하려는 기미가 보이자 그는 달아났다.


예수께서는 사람들이 와서 억지로 자기를 모셔다가 왕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요한복음서 6:15】


예수는 다윗 왕의 말씀을 논제로 삼아 하나님의 아들의 역할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유대의 왕으로 즉위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 적이 있다.


“어찌하여 율법학자들은 그리스도가 다윗의 자손이라고 하느냐?
다윗이 성령의 감동을 받아서 친히 이렇게 말하였다.
‘주께서 내 주께 말씀하셨다.
좥내가 네 원수를 네 발 아래에 굴복시킬 때까지 너는 내 오른쪽에 앉아 있어라.좦’”
【마가복음서 12:35-36】


예수는 자신이 혈통적으로 다윗 왕의 후손이지만 메시아가 왕의 후계자로서 다윗의 가문에서 배출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는 로마에 빼앗긴 유대의 독립을 회복하여 유대의 왕권을 세우는 메시아가 되는 것은 거부했다.
그는 지상의 왕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통치와 질서를 지상에 세우는 그러한 유대의 왕이기를 바랐으며 이는 신권을 위임받은 왕을 의미했다.


따라서 그가 생각한 메시아의 역할은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수행하는 것이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유대의 왕권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바르게 하는 데 노력을 다했다.
예수의 그러한 노력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은 열세 번째 사도라고 불렸던 바울이었다.
바울은 빌립보 교회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나님의 아들에 대한 해석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그분은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를 지극히 높이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에게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이들 모두가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게 하시고,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고백하게 하셔서,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습니다.
【빌립보서 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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