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의 이해

김광우의 저서 <시편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1. 시편의 기원

시편은 최대 고대 서정시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의 감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으므로 서정시라고 할 수 있지만 감성의 발로가 하나님께 대한 기도와 찬양으로 일관하기 때문에 시라기보다는 노래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노래라고 했는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그들은 지혜 또는 삶에서 얻은 귀한 철학을 노래로 불러서 후대에 전했다.
시편에 지혜서의 도덕적 교훈도 두루 반영되어 있어 편집적인 노래들임을 알 수 있다.


시편은 가치를 인정받고 구약성경 39권 중 19번째 책이 되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으며 내용상 지혜서(Wisdom Literature)에 분류되었다.
지혜서란 이것을 포함해서 욥기(Job), 잠언(Proverbs), 전도서(Ecclesiastes), 아가(Song of Songs) 다섯 권을 말한다.
지혜란 인생의 바른 길에 관한 하나님의 가르침을 뜻한다.


시편(Psalms 또는 Psalter)이란 말은 구약성경 그리스어 번역본 70인역에서 유래했다.
바티칸 사본(Codex Vaticanus, 기원후 4세기)에는 프살모이(Psalmoi)라는 원래의 제목과 비블로스 프살몬(Biblos psalmon, 시편)이라는 부제가 사용되었으며, 알렉산드리아 사본(Codex Alexandrinus, 기원후 5세기)에는 프살테리온(Psalterion)이란 명칭이 나온다.
프살모스는 찬양(praise)이라는 뜻의 히브리어(Tehillism)의 번역인데 현악기 반주에 맞추는 음악이란 뜻이다.
70인역 구약성경과 기독교의 영향으로 현악기의 반주와 상관없이 찬송가를 지칭는 말이 되었다.
150편 가운데 57편이 프살모스라는 제목을 달고 있어 이 말이 시편 전체의 타이틀이 되었다.


솔로몬왕은 예루살렘에 하나님의 집을 건립한 후 성전 관리자들을 배양하기 위해서 학파를 설립하고 젊은이들에게 지혜를 가르쳤다.
교과과목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모세의 율법과 시편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교사는 제자를 ‘내 아들(my son)’이라고 불러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부자의 관계로 묘사하였다(잠언 2-7장).
지혜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이런 논리에서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시편을 통해서 옳고 그름에 대한 뚜렷한 분별을 가지고 하나님께 예배드릴 수 있었다.
하나님의 권능과 인자하심을 찬양한 노래들이라서 시편은 그냥 노래가 아니라 찬송가(hymn)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하나님의 처사를 불평하거나, 죄를 고백하는 참회의 내용도 있지만 이럴 경우에도 노래를 부른 사람은 자신이 그분의 자비로부터 격리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그지없는 그분의 사랑의 손길이 자신에게 와 닿기를 갈망하기 때문에 노래 말미를 찬양으로 마치게 된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해서 경이를 감추지 못하고 찬양의 톤을 고조시킨 것도 있지만 병상에서 또는 죽음에 직면해서 부른 고독하고 처절한 노래도 있다.
지난날을 회고하면서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에 감사해 하며 미래를 소망 안에서 자신을 가지고 예언한 노래는 대조를 이룬다.


이스라엘 백성이 언제부터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는지 알 수 없지만 신명기 32장에는 모세(Moses)와 아론의 누님 미리암(Miriam)이 부른 찬송가가 기록되어 있으며, 이것들의 내용이 시편의 것들과 유사해 시편의 기원이 됨직하다.
찬송가가 기원전 15세기에 이미 있었음을 알게 한다. 미리암은 노래하였다.


너희는 여호와를 찬송하라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 (출애굽기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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