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가들
apologists

김광우의 저서 <신학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교부들이 이교의 다신주의를 비방하면서 유일신을 숭배하는 그리스도교가 가장 우수하다고 말하자 그리스도교는 이교의 적으로 부상했다.
2세기 후반부터 그리스도교에 대한 위협이 급증했는데 교회 밖에서는 로마 제국의 반역적인 종교로 인식되어 그리스도인의 도덕과 신앙 모두가 공격을 받았다.
반면 교회 내에서는 영지주의자들이 위협적인 요소였다.


그리스도교에 대한 중상과 비방이 거세어지자 교부들 가운데 이런 대적들에 맞설 만한 학식을 겸비한 변증가들을 필요로 했다.
변증가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로 이교의 야비한 중상과 그릇된 진술에 대항해서 그리스도교를 옹호하는 것과 로마 제국의 위협에 대항해서 견디어내는 것인데 두 임무는 상호관련이 있었다.


변증가는 변호자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그리스어로 변호 또는 변증(apologia)은 법정의 판결에 대한 응답이란 뜻이다.
변증가들은 황제와 귀족들에게 그리스도교의 우수함을 알리기 위해서 탄원 또는 변증서 형식으로 써 보냈으며 그리스도교에 대한 중상과 비방을 변호하기도 했다.
그들의 중요한 점은 그리스도교를 진정한 철학(true philosophy)으로 이방인에게 부각시킨 것이며 또한 신학을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철학의 용어로 밝히려 한 것이다.
그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논리적인 방법으로 정의했으며 처음으로 그리스 철학과 연결을 시도했다.


변증가들의 변증서에 나타난 사상은 그리스도 신학의 밑거름이 되었는데 요약하면 유일신 하나님은 무(nothing)에서 만물(everything)을 창조하고 부지한다는 것과 그분은 눈으로 볼 수 있는 형상이 아니며, 태어난 분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한 분이고, 불가해한 분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본질 또는 속성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설명하기를 회피했는데 이런 시도가 자칫 하나님을 이교의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유사하게 피조물의 영역으로 떨어뜨릴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그들은 로고스(logos)가 하나님의 대리자가 되어 만물을 창조했다고 했는데 이것은 요한의 신학을 좇은 것이다.
말년에 에베소에서 활약한 요한은 바울 다음으로 근동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변증가들은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존재자 하나님과 만물 사이에 교량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대리인으로 예수를 꼽았다.
그들이 예수를 그리스인의 개념인 로고스로 부른 것은 당시 그리스 문화가 가장 우수하여 지식인들이 그리스 문화에 편중되어 있었으므로 지식인을 개종시키기 위해서는 철학의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로고스는 지식인의 관심을 당장에 끄는 동시에 그 뜻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로고스란 말을 사용한 다른 이유는 이런 개념이 없이 예수에 관해 설명하여 변증가가 제2의 소크라테스로 묘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변증가들은 예수의 인성보다는 신성에 더욱 관심이 많았다.
그들은 인성(humanity)을 가진 예수와 신성(divinity)을 가진 그리스도를 구분하고 성육신되기 전 선재한 그리스도는 신성을 지닌 로고스이며 구약시대에는 선지자들을 통해 역사한 역사의 주재자라 했다.
하나님은 본래 그리스도의 본질도 지닌 존재인데 만물을 창조하기 위해 그리스도를 인격적인 존재로 분리시켰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탄생은 하나님이 자기의 뜻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변증가들은 그리스도가 구약시대에는 계약의 천사로 나타났고 때가 이르자 사람의 본성을 자취하여 예수로 성육신되었다고 했다.
이를 종속론(Subordinationism)이라고 한다.
종속론은 그리스도가 하나님에 비해 열등함을 말한다.
변증가들은 그리스도를 제2급에 속하는 신령한 존재로 인식했다.
그들 중에는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기관이며 종인 동시에 하나님에게 의존하는 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그들의 글을 통해서 당시 그리스도인이 부활한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신앙을 가졌음을 볼 수 있다.


변증가들은 사람이 하나님으로부터 자유의지(free will)를 부여받았으므로 자의로 선과 진리의 편에 설 수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수의 가르침을 통해서 자유의지를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며, 악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고,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교섭 또는 합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회를 선과 진리를 가르치는 곳으로 정의하면서 참 이스라엘, 하나님의 백성, 새 시대, 경건한 자들의 세대 등에 비유했으며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있는 곳임을 명백히 했다.


그리스도인에 대한 비방 중에는 그들이 로마 제국의 군사적 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과 그리스도 신학은 엉뚱한 주장일 뿐만 아니라 철학의 요소를 가미한 미신에 불과한 미천한 지역의 저급한 미신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변증가들은 그리스도인이 로마 제국의 구조를 침식하는 것이 아니라 황제로 하여금 전쟁에 승리할 수 있도록 하나님에게 기도함으로써 오히려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면서 그리스도인은 로마 제국의 암적 존재가 아니라 제국과 세계의 결합을 시도하는 존경받을 만한 존재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변증서를 보면 당시 그리스도인에게 가해진 비방과 중상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변증가들은 주로 네 가지 비방에 대응했다.


1. 살과 피를 상징하는 빵과 포도주를 먹는 성찬식은 식인의 관습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다.

2. 이웃에 대한 사랑은 난잡한 성관계 파티(orgies)를 벌이려는 것이 아니다.

3. 황제를 숭배하지 않는 것은 제국을 침식하려는 불충성스러운 시민이 되려는 것이 아니다.

4. 말세를 염려하는 기도는 비그리스도인을 증오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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