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주의

김광우의 저서 <신학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영지주의(Gnosticism)는 그리스도교가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했다.
그리스도교와 관련한 영지주의는 1세기에 다양하게 발전한 여러 사상적 학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영지주의자들은 그리스도교를 보편적인 종교, 철학적 사상 체계 속에 포함시키려고 했는데 그들의 특징은 신비주의, 우주론적 사유, 정신세계와 물질세계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이원론(dualism)이다.
그들은 물질세계에 갇힌 영혼의 해방을 강조했으며 윤리적으로는 극단적인 금욕주의를 표방했다.


그 성에 시몬이라 하는 사람이 전부터 있어 마술을 행하여 사마리아 백성을 놀라게 하며
자칭 큰 자라 하니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까지 다 청종하여 가로되
이 사람은 크다 일컫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하더라
오래 동안 그 마술에 놀랐으므로 저희가 청종하더니
빌립이 하나님 나라 및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에 관하여 전도함을 저희가 믿고
남녀가 다 세례를 받으니 시몬도 믿고 세례를 받은 후에
진심으로 빌립을 따라 다니며 그 나타나는 표적과 큰 능력을 보고 놀라니라

시몬이 사도들의 안수함으로 성령 받는 것을 보고 돈을 드려 가로되
이 권능을 내게도 주어 누구든지 내가 안수하는 사람은 성령을 받게 하여 주소서 하니
베드로가 가로되 네가 하나님의 선물을 돈 주고 살 줄로 생각하였으니
네 은과 네가 함께 망할 지어다
하나님 앞에서 네 마음이 바르지 못하니 이 도에는 네가 관계도 없고 분깃 될 것도 없느니라
그러므로 너의 이 악함을 회개하고 주께 기도하라
혹 마음에 품은 것을 사하여 주시리라
내가 보니 너는 악독이 가득하며 불의에 매인바 되었도다
시몬이 대답하여 가로되
나를 위하여 주께 기도하여 말한 것이 하나도 내게 임하지 말게 하소서 하니라 (사도행전 8:9-24)


사마리아 사람 시몬은 스스로를 가리켜 “하나님의 능력”이라며 그리스도를 가장했다.
교부들은 시몬 마구스(Simon Magus)가 영지주의자라는 점에 동의했다.
시몬은 율법으로부터 해방을 선포했으며 구원이 선행으로 인해 획득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시몬)을 믿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부들은 시몬의 가르침을 모든 이단의 원형이 되는 교설로 간주했다.


영지주의자들의 사상은 그것에 관한 교부들의 비난을 통해 알려졌다.
영지주의자들은 그리스도 신학을 교부들의 전매특허품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교부들을 거치지 않더라도 개인의 노력으로 그노시스를 획득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자연히 교부들과 불화했다.
그들은 스토아 철학의 영향을 받았는데 예수가 로고스를 이해할 수 있는 신비로운 지식과 영원한 정신세계에 속할 수 있는 삶(zoe) 즉 영생을 준다고 믿었다.
신비로운 지식은 과학이 미칠 수 없는 정신적 지식(athanatod gnosis)을 말한다.
그들은 정신적 지식인 로고스가 사람을 영원하게 만든다고 믿었다.
당시 그리스인의 지성주의(intellectualism)에는 실존적 지식(existential knowledge, 과학적 지식에 상반되는 개념이다)이 편중되었는데 영지주의자들은 실존적 지식이야말로 지식 중에 최고의 지식으로 여겼다.
그들에게 지식과 존재는 분리될 수 없는 일체였다.


우리는 앞서 유스티누스에게서 영지주의적 요소를 발견했다.
獨瑙㈅纘謬볕?로고스에 관해 말했기 때문에 엘리야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초대교회 교인들이 소크라테스를 하나의 도덕적 모범으로 삼았음을 본다.
여기서 교부시대의 도덕주의적 특색을 알 수 있다.
지식과 선행을 동일시한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영지주의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에게서 이런 사상이 발견되며 그리스 철학의 영향을 받은 교부들에게서도 이런 사상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플라톤은 이데아와 현상세계를 언급하면서 실재세계는 오직 관념의 세계뿐이라고 했다.
변전무상한 현상세계는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이데아 세계에 참여하는 한에 있어서 실재적 성격을 지닌다.
이데아 세계만이 선의 세계라는 플라톤의 이 같은 이원론적 세계 사이의 형이상학적 구별은 윤리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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