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툴리아누스, 하나님의 형상은 변하지 않고 영원하다

김광우의 저서 <신학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테르툴리아누스는 성경을 인용하면서 “하나님이 사람의 몸으로 태어났고 아버지의 뜻대로 성장했다”라고 했는데 흥미롭게도 그가 인용한 구절을 성경에서 발견할 수 없다.
예수가 태어난 사건은 하나님의 뜻대로 영이 그리스도와 더불어 태어난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리스도가 육신이 되었다는 것은 그리스도가 육신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육신 안에 그리스도가 내재한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하나님은 불변하는 분이므로 그분의 형상은 변하지 않고 영원하다.
그는 하나님이 육신으로 변했다는 것은 그분 본래의 형상이 사라진 것을 뜻하며 하나님 본래의 형상이 변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발생할 수 없다고 했다.
즉 예수가 하나님 자신이라는 것이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영원히) 서리라 하라 (이사야 40:8)


테르툴리아누스는 하나님이 예수의 몸으로 태어날 때 만일 하나님의 형상이 육신으로 변했다면 예수는 두 가지 물질인 육신과 영으로 형성되었을 것이라 추론했다.
그리고 이는 금과 은이 합금되었다는 말과도 같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는데 합금의 경우 금(또는 영)은 더 이상 금이 아니고, 은(또는 육신)도 더 이상 은이 아니며, 두 개의 실체가 어우러져서 제3의 실체를 형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수도 합금의 경우와 같이 제3의 실체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하나님의 형상이 육신으로 변했다는 주장은 결코 받아들일 만한 것이 못 된다고 했다.
그는 신약성경 저자들이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과 ‘사람의 아들(또는 인자)’로 부른 것은 예수에게 하나님과 사람의 실체가 각각 내재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하나님과 사람의 실체가 예수에게 내재했음을 성경 속에서 지적했다.


이 아들로 말하면 육신으로는 (인성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고
성결의 영으로는 (거룩한 신성으로는) 죽음 가운데서 부활하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되셨으니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시니라 (로마서 1:3-4)


테르툴리아누스는 하나님과 사람이라는 이중적 상황이 예수에게 나타난 것이라고 보았다.
하나님의 실체가 예수로 하여금 기적과 놀라운 일, 표적을 나타낼 수 있도록 했던 반면, 사람의 실체는 사탄의 시험을 받을 때 굶주림을 느끼도록 했으며, 사마리아 여인을 만났을 때는 목마름을 느끼도록 했고, 나사로가 사망했을 때는 울도록 했으며, 자신의 죽음이 임박해 왔을 때 괴로워하며 사망하게 했다고 한다.
그는 예수가 만일 두 실체가 한데 어우러져 변화된 제3의 실체에 불과하다면 이상과 같이 언급한 하나님과 사람의 실체로서의 뚜렷한 사건들이 일어났을 리 만무하다고 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만일 그리스도가 육신으로 변화된 것이라면 육신은 불멸하고 그리스도는 멸하게 되어 그리스도가 사망했을 수도 있으며 육신은 사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즉 육신과 그리스도의 두 실체가 각기 작용한 때문에 육신과 그리스도는 각기 자신의 운명을 따랐다는 것이 그의 신학의 요지이다.
그는 요한의 말을 인용해 자신의 이론을 옹호하였다.


니고데모가 가로되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삽나이까
두 번째 모태에 들어갔다가 날 수 있삽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니
내가 네게 거듭나야 하겠다 하는 말을 기이히 여기지 말라 (요한복음 3:4-7)


테르툴리아누스는 육신이 그리스도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가 육신이 될 수도 없지만 둘이 일체로 공존할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예수가 육신을 지닌 점에서는 사람이지만 그리스도인 점에서는 하나님임을 명확히 해 두면서 그리스도가 육신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육신 안에 내재했다고 했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 (디모데전서 2:5)


변증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가 하나님에 종속되었다고 주장한 테르툴리아누스는 아들과 성령이 아버지와 함께 일체를 이루지만 동시에 아들이 아버지와는 다른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버지는 아들이 아니다. 아버지가 아들보다 더욱 위대하신 이유는 생명을 부여한 아버지가 낳음을 받은 아들보다 낫기 때문이며, 보내신 분이 보내심을 받은 분보다 낫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또한 신성과 인성 두 본성이 그리스도 안에서 결합된 것이 아니라 연합되었다고 했으며 두 본성은 각기 다르다고 했다.
그리스도가 숨을 거두기 전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외쳤는데 테르툴리아누스는 이런 외침을 한 분은 하나님 아버지가 아니라 인간 아들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죽으셨고 하나님께서 못박히셨다 Deus mortuus and Deus crusifixus”라고 말한 적도 있었지만 그리스도의 인성을 강조한 그에게 이 말은 모순이 아니었다.
그는 로고스가 육체 가운데 즉 진흙 속에 유형적 모습으로 나타났어도 그것이 육체로 변화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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