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당정치 실록 1권
연시중 지음, 김윤철 엮음 / 지와사랑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장면 후보에게 사퇴권유

<한국정당정치 실록>(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구파 중견들은 2월 22일, 23일 양일간 서울의 중국음식점 대도려에서 회합을 갖고 장면 부통령 후보 사퇴권유와 선거포기 및 별도 교섭단체 구성에 관한 문제를 논의했다.
유진산, 고기룡, 강영훈, 정중섭, 이병하 의원은 민주당의 정통파는 구파임을 상기시킨 후 송진우, 김성수, 신익희, 조병옥 등 서거한 지도자들의 유지를 계승할 수 있는 서클을 조직하자는 데 합의하고 이 문제를 구파 의원총회에 제기했다.
그러나 윤보선, 조영규, 양일동, 조한백 등 온건파 의원들은 신파에 협조하여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 급선무이며, 당내 문제는 선거 후에나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설득했다.

무려 5시간이나 논란을 거듭했으나 결론을 짓지 못하고 2월 27일 구파 원내외 각도 대표 40명의 확대회의에서는 강·온 양면의 의견들을 절충해서 우선 선거에 협조하고 선거 후 장면에게 신, 구파가 혼연일체가 될 수 있는 영토를 요구하며, 만일 신파의 극렬분자들이 태도를 시정치 않을 때는 결별하겠다고 결의했다.
이에 민주당은 당내의 어수선하던 여론을 수습하고 전열을 다시 가다듬어 부통령 선거에 힘을 기울였다.
대통령 선거는 확정되다시피 되었던 만큼 부통령 선거에 전력을 쏟아 앞으로 대통령직 계승권에 가냘픈 기대를 거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대세는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 구파의 협조는 소극적이었고, 자금난으로 기동성을 잃었으며, 특히 두 번이나 대통령 후보를 잃었다는 심리적 위축감에 사로잡혀 사기를 만회할 수 없었다.

민주당의 이런 사정과는 대조적으로 자유당은 철두철미 완벽한 부정선거를 계획했다.
당무위원 13명으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한희석을 임명하고, 최인규 내무장관, 홍진기 법무장관, 송인상 재무장관, 김진형 한국은행 총재, 반공청년단 단장 신도환 등이 실행체제를 가동시켰다.

최인규 내무장관은 비밀리에 지방 기관장(군수, 서장)회의를 소집해서 사표를 받아놓고 자기의 방침에 협조하지 않거나 관할지역의 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파면시킨다는 압력을 가하며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렸다.
1. 유효표의 40%를 사전에 투표할 것
2. 3인조·9인조를 편성하여 조장의 감시 하에 자유당에 투표하게 할 것
3. 여당계 유권자들에게 자유당 완장을 착용하도록 해서 투표소 주위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유권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줄 것
4. 민주당 참관인을 매수하거나 불가능할 때는 시비를 걸어서 함께 퇴장하도록 소동을 일으킬 것
5. 위의 지령을 실행하는 데 있어 방해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유혈을 불사할 것

내무부는 이상과 같은 지령을 내리고도 그 실천 여부에 대해서는 불안했다.
최인규는 고급 경찰 간부를 순시시켜 지령의 실천 여부를 감독 확인하게 했다. 치안국장 이강학은 다시 도 경찰국장회의를 소집하여 지령을 재차 강조하면서 앞으로 모든 문제는 자신의 육성(肉聲)에 의하지 않고는 여하한 압력이 가해지더라도 변경하지 않을 것을 지시했다.

부정선거는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여 테러행위까지 자행했다.
자유당은 반공청년단으로 하여금 야당인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고, 부정사실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테러를 가하여 자유로운 취재를 하지 못하게 했다.
자유당이 지시하는 운동 외에는 누구 한 사람 자유로운 의사표시나 행동을 하지 못하고 정부 여당의 계획대로 강압선거가 진행될 뿐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