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엘세바
<성지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브엘세바는 이스라엘 남쪽에 위치해 있으므로 “단에서 브엘세바까지”라고 하면 이스라엘 전지역을 가리킨다(단은 이스라엘 최북단을 일컫는다).
아브라함이 우물을 판 곳이며 그가 불레셋 그랄 왕 아비멜렉과 언약을 맺은 곳이기도 하다.
그(아브라함)는 “이 어린 암양 일곱을 받으시고 이 우물은 내가 팠다는 것을 인정해달라는 것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이렇게 두 사람이 거기에서 서로 맹세했다고 해서 그곳을 브엘세바라고 하였다. 【창세기 21:30-31】
브엘은 우물이고 세바는 약속이란 말이므로 브엘세바는 ‘약속한 우물’이란 뜻이다.
브엘세바는 중요한 성소였다.
“아브라함은 브엘세바에 에셀 나무를 심고 그곳에서 영원하신 하느님 야훼의 이름을 불러 예배하였다”(창세기 21:33).
그곳은 아브라함으로부터 쫓겨난 하갈과 이스마엘이 정처 없이 헤매고 다닌 곳이자 하느님께서 그들을 돌보신 곳이기도 하다.
이스마엘은 이슬람교도들에게 믿음의 조상이 되었다.
아브라함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양식 얼마와 물 한 부대를 하갈에게 메어주며 아이를 데리고 나가게 하였다.
하갈은 길을 떠나 얼마쯤 가다가 브엘세바 빈 들을 헤매게 되었다.
부대의 물이 떨어지자 하갈은 덤불 한구석에 아들을 내려놓고 “자식이 죽는 것을 어찌 눈 뜨고 보랴”고 탄식하며 화살이 날아가는 거리만큼 떨어져서 주저앉아 이스마엘을 바라보았다.
하갈은 이스마엘이 소리 내어 우는데도 주저앉아 그저 바라만 보았다.
하느님께서 그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시고 당신의 천사를 시켜 하늘에서 하갈을 불러 이르셨다.
“하갈아, 어찌 된 일이냐? 걱정하지 말아라. 하느님께서 저기서 네 아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셨다. 어서 가서 아이를 안아 일으켜주어라. 내가 그를 큰 민족이 되게 하리라.”
하느님께서 하갈의 눈을 열어주시니, 그의 눈에 샘이 보였다.
하갈은 큰 부대에 물을 채워다가 아이에게 먹였다.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해주셨다.
그는 자라서 사막에서 살며 활을 쏘는 사냥꾼이 되었다. 【창세기 21:14-20】
브엘세바는 이사악이 제단을 쌓고 하느님께 예배를 드린 곳이기도 하다.
그는 거기에서 브엘세바로 올라갔는데, 그날 밤 야훼께서 그에게 나타나시어 말씀하셨다.
“나는 네 아비 아브라함의 하느님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
나의 심복 아브라함을 보아
너에게 복을 내려 네 자손이 불어나게 하리라.”
그는 거기에 제단을 쌓아 야훼의 이름을 불러 예배하고 그곳에 천막을 쳤다.
그의 종들은 거기에서도 우물을 팠다. 【창세기 26:23-25】
한편 야곱은 형 에사오(에서)를 피하여 그곳으로부터 하란으로 떠났다.
야곱은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을 향하여 가다가 한 곳에 이르러 밤을 지내게 되었다.
해는 이미 서산으로 넘어간 뒤였다.
그는 그곳에서 돌을 하나 주워 베개 삼고 그 자리에 누워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창세기 28:10-11】
야곱이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이주할 때 하느님께서 나타나신 곳도 브엘세바였다.
마침내 이스라엘은 모든 식구를 거느리고 재물을 챙겨 길을 떠났다.
브엘세바에 이르러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께 제사를 올리는데 그날 밤 하느님께서 환상 중에 이스라엘에게 말씀하셨다.
“야곱아, 야곱아.”
“저를 부르셨습니까?” 하고 야곱이 대답하자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하느님, 네 아비를 보살피던 하느님이다.” 【창세기 46:1-3】
예언자 엘리야는 이세벨을 피해 호렙 산(시나이 산)으로 가던 중 브엘세바에서 잠시 피하기도 했다.
이세벨은 엘리야에게 전갈을 보내었다.
“네가 예언자들을 죽였으니 이번에는 내가 너를 내일 이맘때까지 반드시 죽이리라. 그렇지 아니하면 천벌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내가 받으리라.”
엘리야는 두려워 떨며 목숨을 구하여 급히 도망쳤다.
그는 유다 브엘세바에 이르러 그곳에 시종을 남겨두고…. 【열왕기상 19: 2-3】
예언자 아모스는 브엘세바를 베델과 길갈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성소로 여겼다.
베델을 찾지 말고
길갈로도 가지 말고
브엘세바로도 건너가지 말라.
길갈 주민은 끝내 잡혀가고
베델은 빈터만 남으리라. 【아모스 5: 5】
브엘세바는 보루로 된 요새이고, 아브라함의 우물은 샘물이 아니라 빗물을 받아 저수할 수 있는 우물이다.
중동지방은 건조하기 때문에 빗물을 오래 저장해두어도 썩지 않는다.
자외선이 강해 미생물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브엘세바에서 남쪽으로 얼마를 가니 집단농장 키부츠였다.
그곳은 이스라엘의 초대 총리 데이비드 벤 구리온이 살던 생가다.
벤 구리온은 광야를 옥토로 만들고 말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그곳에 집단농장을 만들어서 농장에서 농민들과 함께 살았으며, 총리직에서 은퇴한 후에도 거기에 여생을 보내다가 타계하였다.
그가 살던 집은 여느 농가와 마찬가지로 후생주택처럼 생겼고, 집 안에 들어서니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유물들을 보면 그가 검소한 생활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생가 근처에 그의 무덤이 있다.
이스라엘 국민은 벤 구리온을 국부로 존경한다.
데비드 벤 구리온의 무덤으로부터 남쪽으로 펼쳐져 있는 분지가 네게브(Negev) 사막이다.
우리는 네게브 사막을 통과하여 이스라엘 백성이 40년 동안 방랑했다는 바란(Paran) 광야를 지나 홍해 해변 일라트(Eilat) 항구로 가서 여장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