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과 꿀이 흐르는 땅
<성지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야훼께서 계속 말씀하셨다.
“나는 내 백성이 이집트에서 고생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고 억압을 받으며 괴로워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나 이제 내려가서 그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아귀에서 빼내어 그 땅에서 이끌고 젖과 꿀이 흐르는 아름답고 넓은 땅, 가나안족과 헷족과 아모리족과 브리즈족과 히위족과 여부스족이 사는 땅으로 데려가고자 한다. 【출애굽기 3:7-8】
이스라엘 사람들은 가나안, 즉 팔레스타인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땅을 야훼께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약속하신 땅이라고 믿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유목민들의 언어로서 그들의 이상향을 뜻한다.
만일 이스라엘 사람들이 유목민들이 아니라 농경민들이었다면 그들은 ‘오곡이 무르익는 땅’이라는 말을 썼을 것이다.
후세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야훼께 이렇게 감사드렸다.
야훼께서는 억센 손으로 치시며 팔을 뻗으시어 온갖 표적과 기적을 행하심으로써 모두 두려워 떨게 하시고는 우리를 이집트에서 구출해내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오시어 젖과 꿀이 흐르는 이 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신명기 26:8-9】
막상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대해 의아해 하게 된다.
팔레스타인에서 옥토라고 할 만한 땅은 예리고와 갈릴래아 호수 주변지역, 요르단 강 유역, 그리고 북쪽 지중해변 갈멜 산 부근으로 요빠에 이르기까지 펼쳐져 있는 사론 평야가 고작이다.
그나마도 자갈밭이나 바위로 된 산들이 많아서 옥토의 면적을 헤아려보면 그리 많지 않다.
예루살렘 남쪽 유다 광야와 사해 주변, 네게브 사막과 바란 광야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사막과 황야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3대 불가사의라고 칭하는 것이 있다.
첫째는 황무지 광야의 바위틈에서 자란 마른 풀만을 찾아 뜯어먹는 양들이 살찌고 젖을 잘 낸다는 것이다.
둘째는 비도 제대로 오지 않는 자갈밭에서 자라는 포도송이가 굵고 맛이 일품이라는 것이다.
포도뿐 아니라 대추도 잘 자라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대추로 사탕을 만들어 먹었으며, 오렌지와 무화과 또한 꿀맛이다.
마지막으로, 팔레스타인에는 여름에 비가 오지 않는 대신 동트기 전에 이슬이 많이 내린다.
양들은 풀잎에 맺힌 이슬을 먹고 자라며 농작물에도 이슬은 여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곡식과 포도를 자라게 하는 이슬에 대해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렇게 노래했다.
이제 이스라엘은 태평성대를 누리게 되며,
야곱의 샘에는 아무도 근접하지 못하리라.
오곡과 술이 나는 땅에는
그 위의 하늘이 이슬비를 내려 주리라. 【신명기 33:28】
모세를 따라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조상들은 40년을 광야에서 지냈다.
그들은 천막을 치고 방랑생활을 하다가 광야에서 최후를 맞아야 했다.
다음 세대의 지도자 여호수아가 기원전 1230년경에 유랑민을 이끌고 사해 동쪽으로부터 요르단 강을 건너 예리고 성을 함락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예리고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리고 성을 함락시키던 날의 흥분이 구약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이렛날이 되어 새벽 동이 트자 그들은 일찍 일어나 전과 같은 방식으로 성을 일곱 바퀴 돌았다.
그날만 성을 일곱 바퀴 돈 것이다.
일곱 번째 사제들이 나팔을 불자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외쳤다.
“고함을 질러라.
야훼께서 저 성을 너희에게 주셨다.
저 성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야훼께 바쳐 없애버려라.
다만 창녀 라합의 목숨과 그의 집에 있는 사람만은 살려두어라.
그 여자는 우리의 사명을 띠고 갔던 사람들을 숨겨주었다.” 【여호수아 6:15-17】
그러나 예리고는 60만 명의 유랑민 모두가 살기에는 충분치 못한 면적이었다.
구약성서에는 “아름답고 광대한 땅”이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그것은 직경 5km의 초원에 불과한 예리고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전 지역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팔레스타인은 농경민들이 살기에는 부적합하지만 유목민들에게는 아름답고 광대한 땅, 즉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농경 문화권에서 살아온 우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유랑민에게 그곳은 갈망의 땅이었다.
유랑민은 요르단 강 유역에서 양과 소에게 물을 먹여 우유를 짤 수 있었고, 꿀맛 나는 과일들도 먹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