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르나 교회
<성지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네가 장차 당할 고통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제 악마가 너희를 시험하기 위하여 너희 중 몇 사람을 감옥에 가두려 하고 있다.
너희는 열흘 동안 환난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는 죽기까지 충성을 다하여라.
그러면 내가 생명의 월계관을 너에게 씌워주겠다. 【요한 묵시록 2:10】
밧모 섬에 유배된 요한은 계시를 받아 소아시아 지역의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를 썼는데 위의 내용은 스미르나(Smrna) 교회에 보내는 말씀이다.
이스탄불로부터 스미르나까지 육로로 600km지만 직선거리는 그 절반가량밖에 안 된다.
스미르나는 지금의 이즈미르(Izmir)를 말한다. 약 600년 동안 터키를 지배한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대에 스미르나는 유럽의 여러 나라와 교역을 해온 투르크의 유일한 국제무역항이었다.
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몰락하고 공화정이 집권하면서 도시 이름이 이즈미르로 바뀌었다.
인구 300만 명의 이즈미르는 이스탄불에 이어 터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나토(NATO) 사령부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 군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리스 최대의 서사시인 호메로스(Homeros)의 고향으로 알려진 스미르나는 기원전 12세기에 그리스인들이 건설한 도시였다.
기원전 688년에 이오니아인들이 스미르나를 점령한 후로는 리디아와 서방 간의 무역중심지가 되었다.
기원전 600년경 외적의 침략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가 기원전 320년대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주둔하였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스미르나 근처 파커스 산(지금의 카디페칼레 산)에서 사냥을 다녀온 후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네메시스 여신이 나타나 스미르나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라고 말하는 꿈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여신의 분부를 받아들여 파커스 산에 거대한 규모로 성채를 지었으며, 산 아래 해안지역에는 그리스 양식의 대도시 스미르나를 건설했다.
기원전 20년대에 스미르나의 새 주인으로 로마 제국이 등장한 후, 대형 시장 아고라가 건립되고 2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로마 양식의 원형극장과 운동경기장, 체육관이 건립되는 등 스미르나는 더욱 발전되었다.
로마 사람들이 즐기는 공중목욕탕도 건립되었다.
그러나 170년대에 큰 지진이 일어나 스미르나는 크게 파손되고 말았다.
그때 스미르나의 웅변가 아리스티데스(Aristides)는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스미르나의 재건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는데 황제가 아리스티데스의 명문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폴리캅 교회로 갔다.
스미르나의 초대교회는 유다인 개종자들로 구성되었으며, 초대 주교는 요한의 제자 폴리캅(Policarp)이었다.
폴리캅은 필라델피아 교인 열한 명과 함께 스미르나에서 화형당해 순교했다.
폴리캅 교회는 4세기에 건립되어 17세기에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690년에 중수되었고, 19세기에개수되어 현재 가톨릭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안에 수도원도 있는 교회는 그리 크지 않으며 내부는 성서를 주제로 한 성화들로 장식되어 있는데 폴리캅의 생애도 있다. 프랑스의 화가 레이몽 페레는 성화와 폴리캅의 생애를 그리면서 자신도 순교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려 넣었다.
우리는 티아디라(Thyatira, 두아디라) 교회로 갔다.
요한이 책망하는 서신을 보낸 곳이다.
나는 네가 한 일들을 잘 알고 있고 네 사랑과 믿음과 봉사와 인내를 알고 있다.
또 네가 처음보다 나중에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있다.
너는 이세벨이라는 여자를 용납하고 있다.
그 여자는 예언자로 자처하며 내 종들을 잘못 가르쳐서 미혹하게 했고 음란한 짓을 하게 했으며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을 먹게 하였다.
나는 그 여자에게 뉘우칠 시간을 주었지만 그 여자는 자기의 음행을 뉘우치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 나는 그 여자를 고통의 침상에 던지겠다.
그리고 그 여자와 간음하는 자들도 뉘우치지 않고 그와 같은 음란한 행위를 계속한다면 큰 환난 속에 던져버리겠다. 【요한 묵시록 2:19-22】
사도 바울로가 마케도니아의 필립비에서 만난 리디아는 티아디라 출신의 포목상이었다.
그들 가운데는 리디아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는 티아디라 출신으로 자색옷감 장수였고 하느님을 공경하는 여자였다. 【사도행전 16:14】
티아디라 교회는 요한 묵시록에 언급된 일곱 교회 가운데 하나로 선행과 자비와 믿음과 인내로 칭찬은 받았지만 교인들 가운데 스스로 예언자로 자처하는 이세벨의 미혹케 하는 말을 따라 교인들이 간음하고 우상의 제물을 먹었으므로 책망을 받았다.
티아디라는 “티아의 동네”라는 뜻으로 지금의 악히살(Akhisar)을 가리킨다.
티아디라는 소아시아 서쪽 루카스 강변에 있던 성으로 동남쪽의 사르디스와 서쪽의 베르가모를 잇는 길 사이에 위치해 있다.
리디아 왕국 때부터 베르가모, 비잔틴, 사르디스, 스미르나의 교차지로 상업도시였으며, 기원전 3세기에는 마케도니아의 식민지였다.
예로부터 직조, 염색, 모직물, 제혁, 철공으로 유명했다.
염색 가운데 특히 풀뿌리로 염색한 빨강색 천이 유명했는데 그것을 터키 레드라고 부른다.
지금 티아디라는 잔해만 남아 있다. 아폴론 신전과 그 옆에 티아디라 교회의 빈 터가 있다.
간판만이 그곳이 교회였음을 알려준다.
길드 조직이 잘 되어 있었던 상업도시로서 사람들이 아폴론 신전에서 제사를 드렸으므로 ‘우상의 제물을 먹게 하는도다’라는 책망을 받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