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비

<성지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우리 일행은 마케도니아를 경유하여 그리스로 갔다.
우리는 카발라(Kavala)에 여장을 풀었는데 카발라는 사도 바울로가 상륙했던 예전의 네아폴리스다.
조용한 항구도시로 어항(漁港)이었다.
다음날 아침 카발라를 출발한 우리는 16km 서쪽에 있는 필립비(Philippi)로 갔다.
필립비는 기원전 358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부친 마케도니아 왕 필리포스 2세가 만든 요새로 자신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기원전 42년 필립비 성 밑에서 옥타비아누스-안토니우스 군대와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카시우스 군대 사이에 격전이 벌어졌다.
이 싸움에서 브루투스-카시우스는 8,000명의 병사를 잃고 패전하여 자살했으며, 옥타비아누스-안토니우스는 1만 6,000명의 병사를 잃고 승전했다.
이후 필립비는 ‘중동의 작은 로마’로 불리었다.
한편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는 로마 공화국을 동서로 분할 통치하다가, 기원전 31년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를 누른 옥타비아누스가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로 즉위하고 스스로 아우구스투스(Augustus)라 칭하였다.

필립비가 발굴된 것은 1862년 나폴레옹 3세에 의해서였다.
산 위에는 아크로폴리스 산성의 잔해가 남아 있고 평야에는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도로 옆에 디오니소스 신전과 바울로가 갇혔던 감옥이 있다.
필립비에 도착한 바울로와 실라는 성문 밖 강가에서 몇 명의 여자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리디아였다.
리디아는 소아시아의 티아디라(두아디라) 출신의 옷감 장수로 티아디라에서 자색 옷감을 가져와 필립비에서 파는 활동적인 여인이었다.
평소에 종교문제에 관심이 많던 리디아는 바울로가 전하는 말씀을 듣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가족까지 모두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교인이 되었다.
이로써 리디아 일가는 교회 역사상 최초로 유럽 대륙에서 세례 받은 그리스도교 가족으로 기록되었다.

바울로가 필립비 여인들에게 복음을 전했던 지각티스 강은 폭이 좁아 큰 개천 정도로 보이는데 강가에 그리스 정교회 소속의 리디아 교회가 있다.
리디아가 옷감장수였음을 의식해서인지 내부 전면을 채색유리로 단장했다.
지각티스 강에서 리디아와 그의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고 전해온다.

필립비에서 바울로와 실라는 이상한 종교를 전파한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군중까지 합세해서 그들을 공격하자 치안관들은 부하를 시켜 바울로와 실라의 옷을 찢고 매질을 하게 하였다.
이렇게 몹시 때리고 나서는 그들을 감옥에 가두고 간수에게 단단히 지키라고 명령하였다.
명령을 받은 간수는 그들을 깊숙한 감방에 집어넣고 발목을 차꼬로 단단히 채워두었다.

때는 한밤중이었다.
바울로와 실라는 기도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있었고 다른 죄수들은 그것을 듣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 감옥을 기초부터 온통 뒤흔들어놓는 바람에 문이 모두 열리고 죄수들을 묶어두었던 쇠사슬이 다 풀리고 말았다.
간수가 잠을 깨어 감옥 문들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는 죄수들이 다 도망쳤으려니 하고 칼을 빼어 자살하려고 하였다.
그때에 바울로가 큰소리로 “당신의 몸을 해치지 마시오. 우리가 다 여기 있소” 하고 알렸다.
간수는 등불을 찾아들고 뛰어 들어가 무서워 떨면서 바울로와 실라 앞에 엎드렸다.
그리고 그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두 분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해야 구원을 얻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주 예수를 믿으시오. 그러면 당신과 당신네 집안이 다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고 간수와 그 집안 온 식구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들려주었다.
간수는 한밤중이었는데도 그 두 사람을 데려다가 상처를 씻어주고 그 자리에서 그와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바울로와 실라를 자기 집에 데리고 가서 음식을 대접하며 하느님을 믿게 된 것을 온 가족과 함께 기뻐하였다. 【사도행전 16:22-34】

필립비 교회는 바울로가 고초를 겪고 세운 교회라서 바울로는 어디를 가나 필립비 교회를 생각했다.
그가 이 교회를 세운 것은 2차 전도여행 때였다.

나는 여러분을 생각할 때마다 나의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기도할 때마다 언제나 여러분 모두를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간구합니다. 【필립비인들에게 보낸 편지 1:3-4】

교인들로는 리디아를 수반으로 한 경건한 사람들과, 바울로를 석방했던 간수와 그의 가족, 그리고 바울로가 “나의 형제요 함께 수고하고 함께 군사 된 자”라고 한 에바프로디도가 있었다.

사실 그는 병이 나서 죽을 뻔했으나 지금은 하느님의 자비로 다 나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자비를 베푸셔서 나에게 겹치는 슬픔을 면하게 해주셨습니다. 【필립비인들에게 보낸 편지 2:27】

바울로는 필립비 교회를 두세 차례 방문하였다.
‘필립비인들에게 보낸 편지’는 바울로가 로마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 필립비 교인들이 예물을 보낸 데 대한 회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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