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로 기념교회

<성지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우리는 먼저 바울로 기념교회를 찾았다.
그의 무덤 위에 세워진 교회다. 324년 교황 실베스타 1세 때 바울로를 기념하는 교회로 봉헌되었고, 395년 테오도시우스(Theodosius) 황제 때 증축되었으며, 호노리우스(Honorius) 황제 때 완공되었다.
1823년 화재로 전소되어 모자이크로 된 교회 뒤쪽 반월형 부분만 남았다.
교황청은 교회를 재건하기 위해서 전 세계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재정협조를 호소했고 교황 파이어스 11세가 1853년 새로 교회를 건립했다.
교회 입구에 있는 거대한 크기의 바울로 초상조각은 교황 골더린스(Golderins)가 1928년에 세운 것이다.
바울로는 한 손에 성서를, 그리고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서있는데 칼은 로마 시민으로서 힘과 권리를 상징한다고 안내인이 말해주었다.

교회 건물 꼭대기에 십자가가 높이 세워져 있는데 아래 벽은 황금색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가운데 예수님이 앉아계시고 그 양편에는 바울로와 베드로가 앉아 있다.
거대한 코린트식 대리석기둥이 떠받치는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홀이 나타났다.
양쪽으로 대리석 기둥들이 네 줄로 나란히 서있는 홀의 길이는 무려 127m나 된다.
베드로 성당과 다른 점은 장식품과 조각으로 치장되지 않은 단순함이다.
양쪽 벽에는 역대 교황들의 초상이 모자이크로 새겨져 있는데 끝에 현재의 교황 바울로 2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들이 아름다운 무늬로 장식되어 찬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안내인의 말로는 이 교회를 건축하는 데 베드로 성당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제단은 전체 건물에 비해 작았는데 12세기에 세워졌던 원형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
바울로의 무덤은 교회 지하에 있다.
바울로가 이곳으로 와서 순교한 일이 머리에 떠올랐다.

루가가 기록한 사도행전에 의하면 바울로는 세 차례에 걸친 포교여행을 마친 후 아주 지친 몸으로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유대인들은 바울로를 죽일 준비를 하고 그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야고보와 원로들을 만나고 성전으로 들어갈 때 유대인들이 그를 붙잡았다.
바울로는 로마 군인들에게 넘겨져 파견대장의 지시로 채찍질을 당하게 되었고, 바울로는 백인대장에게 자신이 로마 시민임을 내세워 재판도 하지 않고 매질하는 것은 로마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파견대장은 백인대장 두 사람을 부른 다음 이렇게 말했다.

보병 이백 명과 기병 칠십 명과 투척병 이백 명을 준비시켜 오늘 밤 아홉 시에 가이사리아로 출발하여라.
그리고 말도 준비하여 바울로를 태우고 펠릭스 총독에게 호송하여라. 【사도행전 23:23-24】

파견대장 리시아는 펠릭스 총독에게 보내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백인대장에게 주었다.

글라우디오 리시아는 총독 펠릭스 각하께 삼가 문안드립니다.
호송되어가는 사람은 유대인들에게 붙들려 살해당할 뻔한 사람입니다.
저는 그가 로마 시민인 것을 알고 군대를 거느리고 가서 그를 구해냈습니다.
유대인들이 무슨 이유로 그를 고발하는지 알아보려고 그를 유대인의 의회로 데리고 갔었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그가 유대인들의 율법문제로 고발을 당했을 뿐 사형을 받거나 감옥에 갇힐 만한 죄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이 그를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저는 그를 각하께 보내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그를 고발하는 사람들에게도 각하 앞에서 직접 그를 고발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사도행전 23:26-30】

펠릭스 총독은 편지를 읽은 후 바울로에게 어느 지방 출신이냐고 묻고 그가 길리기아 출신이라고 대답하자 “그대를 고발하는 사람들이 온 다음에 심문하겠다”고 하고는 바울로를 헤로데 관저 안에 가두었다.
닷새 후 대사제 아나니아가 바울로를 총독에게 고소하기 위해서 원로 몇 사람과 데르딜로라는 법관과 함께 왔다.
데르딜로는 다음과 같은 말로 바울로를 고발했다.

펠릭스 각하, 우리는 각하의 덕분으로 크게 평안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각하의 선견지명으로 개선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각하를 환영하며 감사하여 마지않습니다.
이제 각하께 더 폐가 되지 않도록 간단히 말씀드리겠으니 너그럽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알아본 결과 이 자는 몹쓸 전염병 같은 놈으로서 온 천하에 있는 모든 유대인들을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키려는 자이며 나자렛 도당의 괴수입니다.
그는 심지어 우리 성전까지 더럽히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를 붙잡은 것입니다.
(우리가 그를 우리 율법대로 재판하려고 했지만 파견대장 리시아가 와서 그를 우리 손에서 강제로 빼앗아갔습니다.
그리고는 그를 고소하는 사람들에게 각하께 가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러하오니 각하께서 친히 그를 심문해보시면 우리가 그를 고소하는 까닭을 다 아시게 될 것입니다. 【사도행전 24:2-8】

바울로는 데르딜로의 고발에 이렇게 답변했다.

저는 (펠릭스) 각하께서 여러 해 동안 이 나라 전체의 재판권을 행사해 오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쁜 마음으로 제 자신에 대한 사실을 각하께 해명하겠습니다.
각하께서도 확인해볼 수 있는 일입니다만 제가 순례하러 예루살렘에 올라온 지는 이제 열이틀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동안에 성전이나 회당이나 거리에서 어느 누구와도 논쟁을 벌인 일도 없으며 군중을 선동한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 사람들은 지금 저를 고소하면서도 각하께 그 증거는 댈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각하 앞에서 시인하는 것은 그들이 이단이라고 하는 그리스도교를 따라 우리 조상의 하느님을 섬기고 율법과 예언서에 기록된 모든 것을 믿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를 고소하는 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하느님을 믿으며 올바른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다 같이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 언제나 거리낌 없는 양심을 간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동족에게 구제금을 전달하고 하느님께 제물을 바치러 여러 해 만에 고국에 돌아왔습니다.
제가 정결예식을 행하고 나서 그 일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이 성전 안에서 저를 보기는 하였지만 제가 군중을 선동하거나 소란을 피운 일은 없습니다.
그 자리에는 다만 아시아에서 온 유다인 몇 사람이 있었는데 저를 걸어 고소할 일이 있다면 그들이 직접 각하 앞에 와서 고소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제가 예루살렘 의회에 불려갔을 때 이 사람들이 저에게 무슨 죄목을 찾아냈는지 말해보라고 하십시오.
다만 저는 그들 앞에 서서 ‘죽은 자의 부활에 관한 문제로 내가 오늘 여러분에게 재판을 받고 있소’ 하고 한마디 소리쳤을 뿐입니다. 【사도행전 24:10-21】

펠릭스 총독은 자신의 후임으로 보르기오 페스도가 부임할 때까지 2년 동안이나 바울로를 가이사리아의 감옥에 가두어두었다.
바울로는 페스도 총독에게 “나는 카이사르에게 상소합니다” 하고 말했고, 페스도는 배석판사들과 협의한 끝에 “그대가 카이사르에게 상소하였으니 그대를 카이사르에게 보내겠다”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바울로는 로마로 보내졌고 그때 루가가 그와 동행했다.
바울로와 루가가 탄 배는 지중해의 크레타 섬 근처에서 풍랑을 만나 2주 동안 표류하는 등 온갖 고생 끝에 로마에 도착했다.
로마에는 이미 그리스도교가 전파되어 있었으므로 그리스도교인들이 바울로를 맞았다.
루가는 이렇게 기록했다.

우리가 로마에 들어갔을 때에 바울로는 경비병 한 사람의 감시를 받으면서 따로 지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사도행전 28:16】

바울로는 로마에서 2년 동안 지내다가 처형당했다.
루가는 이런 기록을 남겼다.

바울로는 셋집을 얻어 거기에서 만 이 년 동안 지내면서 자기를 찾아오는 사람을 모두 맞아들이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하느님 나라를 대담하게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다. 【사도행전 28:31】 (마지막 장 마지막 구절)

루가는 바울로의 순교에 관한 기록은 남기지 않았다.
사도행전의 뒷이야기는 라틴 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터툴리안(160∼225년)의 기록에서 발견되는데, 그에 의하면 바울로는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네로 황제가 그를 처형했다고 한다.
교회 지하에는 바울로가 참수당할 때 그의 목을 받쳤던 돌기둥과 그의 목이 세 번 튀어서 세 개의 샘이 솟았다는 자리가 있다.
지하에는 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예배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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