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행동하라
<성지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사해를 향해 달리는 버스의 창 밖에는 광야가 한없이 펄쳐져 있다.
버스는 유목민족 베두인 촌을 지나서 예리고 쪽으로 달리다가 어느 촌락에서 멈추었다.
조그마한 건물 위에 ‘선한 사마리아인의 여관’이라고 적혀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관광객들에게 흥미거리도 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상품들이 약간 진열되어 있다.
이곳이 루가의 복음서(10:30-36)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등장하는 여관이다 .
제사장과 레위인 모두 강도를 만나 사경에 이른 사람을 못 본 체 하고 지나친 곳이다.
나는 나 자신을 반성해보았다.
나는 과연 어느 편에 속하고 있는지를.
나도 제사장과 레위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선한 사마리아인만이 강도를 만난 사람을 치료해주고 여관에 투숙시키면서 치료비가 모자라면 돌아올 때에 갚겠노라고 말했다.
사마리아인은 그 사람의 완쾌를 부탁했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하신 말씀은 오늘날 우리에게 너도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행동하라고 명령하시는 것 같다.
우리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니 ‘선한 사마리아인의 여관’은 내게 아주 감명 깊게 느껴졌다.
여관 옆에 베두인족의 초라한 천막이 있는데 안에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추운데 따끈한 차라도 마시고 가라는 친절의 제스처로 보였다.
유목민의 친절한 손짓을 뒤로하고 버스에 타 아주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경사진 내리막길을 지날 때에는 마음을 몹시 조였다.
아론이라는 이름의 운전기사는 그 길을 수없이 다녔을 터인데도 노파심에 걱정이 되었다.
창밖을 보니 계곡은 험산준령이다.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우리에 두고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아나서는 목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절벽 골짜기에서 길을 잃으면 험란한 계곡을 헤매다가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상에 올라 건너편을 바라보니 ‘시험 산’이 보인다.
예수님께서 시험을 받으실 때에 사탄이 그 산에서 천하의 만국과 영광을 보여주며, 네가 내게 절하면 그 모든 것을 주겠다고 유혹했다는 이야기가 마태오의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다.
지금은 그리 많지 않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있다.
우리들이 도착한 곳은 사해였다.
고난의 길을 걸어가신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나는 너무 사치스런 순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예수님께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감을 이렇게 적어보았다.
이 망망한 사해, 유유한 물결
어떠한 생물도 서식 못하게 하는 사해
너의 교만을 염려한다.
말없이 부드럽게 흐르는 물결처럼
너도 영원히 겸손하게 흐르거라.
너를 보러 오는 모든 사람에게
온유와 겸손을 본받도록 가르쳐다오.
기약 없는 헤어짐 아쉬울 뿐
흐르는 물 막을 길 없으니
내 다시 오면 지금의 너는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