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Money
<미셀파스투로의 색의 비밀>(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돈에 냄새는 없다지만 색은 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오랫동안 이미지로서 또 상상의 세계 속에서 돈은 귀금속으로 각인된 동전과 동일시되어 왔다.
이 때문에 동전(은 혹은 은도금, 금 혹은 금도금한 동전)의 색은 도상학적으로는 물질적 실체로 받아들여진 돈의 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돈이라는 관념에 가장 자연스럽게 결부되는 색은 금색도, 은색도 아닌 녹색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주된 이유의 하나는 미국의 통화단위를 나타내는 은행권, 요컨대 달러 지폐가 녹색이라는 점에 있다.
현대에서 돈에 얽힌 모든 것은 상징적으로(신화적이라고 해도 좋다) 달러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달러 지폐의 색이 돈의 색으로 되어버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명한 녹색의 달러 지폐가 처음으로 인쇄되기 훨씬 이전부터(달러 지폐는 1792~1863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났으며, 1863~1913년에 규격이 통일되었다) 녹색은 행운의 여신을 나타냈기 때문에 돈을 녹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더더욱 당연한 일이다.
이미 중세의 상징체계에서도 녹색은 행운과 불운, 변덕스러운 운명의 신, 희망의 실현이나 좌절을 상징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자 녹색은 자연스럽게 도박의 색(그리고 도박꾼이 사용하고 있던 비유가 풍부한 언어를 ‘녹색언어’24라고 하였다)과 노름, 특히 돈 내기 노름의 색이 되었다.
15세기 말에 이미 도박판의 색은 녹색이었다.
의미의 확대에 따라 앙시앙 레짐 아래서 녹색은 점차 도박과 카지노의 세계와 관계되었을 뿐 아니라 화폐, 은행, 금융의 색이 되기에 이른다.
달러 지폐는 미합중국 독립 이전부터 이미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던, 색의 상징체계를 강화하고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
이제 이 시대의 전자화폐가 계속 녹색과의 관계를 지속할 것인가?
돈은 냄새를 잃어버린 후 색도 잃어버리게 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자공학에도 색이 있기 때문이며, 그 색도 대부분 스피드와 유동성, 변환성의 상징인 녹색이기 때문이다.
녹색은 화학적으로나 상징기호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색이다.
앞으로도 이 색은 가장 불안정한 여신, 즉 행운의 여신을 상징하는 색으로 계속 남을 것이다.
⊙ 「녹색」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