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Underware
<미셀파스투로의 색의 비밀>(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지난 몇 세기 동안 몸에 닿는 옷과 섬유는 모두 흰색이거나 염색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것은 위생과 물리적 이유(삶으면 색이 빠졌다)와 더불어 도덕적 이유(선명한 색은 불순하거나 음침하다고 생각되었다)가 있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중엽까지 속옷과 몸에 닿는 무명, 이불, 매트리스, 수건, 이불보 등은 처음엔 흰색이었으나 점차 파스텔조의 색이나 체크무늬(어떤 색의 띠와 흰색 띠를 교차시킨 부분은 옅은 파스텔 색조로 표현하는 특수한 줄무늬의 일종)로 옮겨가며 서서히 색이 첨가되기 시작했다.
19세기 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1세기 후에는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푸른 페티코트와 녹색 와이셔츠를 입는 것, 분홍 속옷을 입는 것, 노란색 타올로 몸을 닦는다든가 줄무늬 이불을 덮는 일 등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흰색은 오히려 드물어져 버렸다.
파스텔조 외에 더 나아가 진한 파랑이나 강렬한 빨강, 짙은 녹색, 검정 등 선명한 색과 흰색의 조합까지 나타났다.
속옷의 새로운 색채는 빠르게 사회적·도덕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어떤 색은 여성적(또는 남성적)이고, 어떤 색은 얌전하며, 어떤 색은 에로틱하고, 어떤 색은 아주 도발적이다.
종종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고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 치마나 바지 속에 입고 있는 색을 말해보라.
그러면 그대가 어떤 인간인지 말해주리라”(또는 적어도 자신의 이미지나, 어떤 이미지로 보이고 싶어 하는지) 이러한 체계를 연구하는 데 쉽지 않은 이유는 그것들이 감성과 사회계급에 관련되어 있고, 시대나 나라, 사회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남자와 여자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상반신에 어울리는 색이 하반신에도 항상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세부적으로 체계화되어 있는 여성의 속옷을 예로 들어보자.
이전에는 흰색이 점잖고 위생적인 색이었다면, 검은색 속옷은 음란하고 부도덕한 색으로서 직업적인 매춘부나 윤락녀가 사용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그러나 지금도 약간 “방탕한” 감이 남아 있어서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거의 입히지 않지만, 옛날처럼 매춘이라든가 음탕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요즘에는 검은 치마나 검은 블라우스를 입을 때 속옷도 검은색을 많이 입는다.
검은색이 자신의 피부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있다.
요즘의 합성 섬유에는 검은색이 빈번한 세탁에 가장 잘 견딘다고 현실적인 이유를 대는 이도 있다.
요즘 여성의 속옷으로는 검은색보다도 빨강색이 훨씬 유혹적이고 도발적이다.
반대로 흰색은 옛날과 같은 순진하고 청순한 느낌이 사라진 것 같다.
남자들에게 여성의 속옷 색 중에서 가장 성욕을 일으키는 색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흰색을 첫 번째로 꼽는다.
순수하지 못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언제나 순수 자체가 아닐까….
남자들에게도 역사적·사회적 색체계가 의미를 갖는다.
예전에는 남성 속옷 중에서 흰색이 가장 중립적이고, 평범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신 푸른색(하늘색이나 감청색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만일 남자가 분홍 속옷을 입는다면 추잡하다 못해 무슨 죄를 짓는 것 같을 것이다.
역시 갈색이나 주황색, 또는 겨자색을 입는다면 그의 미적 감각이 끔찍할 지경이고 그의 속옷도 비위생적으로 생각될 것이다.
더 나아가 성적 매력이 있고 분방하게 보인다고 표범무늬 속옷을 입기도 한다.
나에게는 우스꽝스럽게 보일 뿐이지만.
⊙ 「육류」, 「이불보」, 「화장지」, 「욕조」, 「프로테스탄티즘」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