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Referee

<미셀파스투로의 색의 비밀>(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스포츠 경기장에서 눈에 띄는 색과 복장으로 선수들과는 구분되어 특별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축구에서는 공을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대단한 특전을 가진 두 사람, 즉 골키퍼와 권위를 가진 심판이다.
골키퍼가 상대팀 선수와 다른 색의 유니폼을 착용하는 관습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것이 일반화된 것은 20세기 초인 것 같다.
골키퍼가 먼저 경기장 선수 전체의 칙칙하고도 어두운 유니폼 색조에 화려한 색을 가했다.
축구 경기장에서 골키퍼에 의해 처음으로 에로틱하면서도 도발적인 색이 도입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에게 금지된 단 한 가지 색은 주심과 선심이 착용했던 검은색이었다.
그러나 축구 심판들이 검은 셔츠를 입게 된 시기는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아마도 1925년경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이전에는 주심이 흑백의 세로로 된 줄무늬 옷을 주로 입었기 때문이다.
줄무늬는 지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어떤 종류의 스포츠(복싱,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의 경우, 특히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오늘날에도 심판이 줄무늬 옷을 입는다.
그러나 다른 스포츠, 예컨대 럭비에서는 검은 심판복 대신 화려한 색의 옷을 착용하고 있다.

그러나 축구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검정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서구사회에서 검정은 오랫동안 관리와 법정, 즉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적 색이었다.
심판은 판사나 헌병과 같이 검은 복장을 입어야만 했다.
이로 인해서 심판은 선수나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가 없었다.
검은색을 몸에 걸친 사람은 공포심이나 존경심을 갖게 한다.
(지금도 그럴까?)
심판은 검은 복장 외에도 호루라기(도시지역을 순회하는 경찰관이 반드시 소지하는 물품)를 가지고 있거나 고도로 규격화된 행동을 한다.
경기장에 점점 많아진 헌병이나, 경찰관들의 검은 유니폼이 군청색으로 바뀌었지만 경기 심판은 검정을 고집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서 경찰관, 군인, 소방원, 해병, 그리고 성직자의 세계에서 검정이 군청으로 바뀐 변화가 재판소나 축구경기장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재판관과 심판은 아직도 검은 복장이다. 왜 그럴까?

최근에는 선명한 두 장의 컬러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에서 두 가지 중대한 벌칙을 지시하기 위한 것이다.
노란 카드는 경고를, 빨간 카드는 퇴장 명령을 의미한다.
이것은 과거에는 몸짓과 말로 충분했으나 현재는 색을 이용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축구를 통해 운동과 언어, 음향과 색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예식화된 볼거리로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역사가는 경고와 퇴장이라는 특정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카드에 따뜻한 색이 선택된 것에 관심을 갖고 다음과 같이 지적할 것이다.
잘못(여기서는 중대한 잘못을 의미)을 나타내는 색으로 빨강을 선택한 것은 오랜 역사의 산물이다.
빨강이 중세에서는 범죄와 죄를 나타내는 색이었고, 앙시앙 레짐이나 19세기에는 죄수나 노 젓는 죄수를 나타내는 색이었다.
피의 색이라는 이유로 빨강은 점점 유죄의 영역에서 금지의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최초로 빨간 깃발을 사용한 예로 해양철도와 도로의 신호표지 체계를 들 수 있다.
“적신호”라는 말처럼 일반적으로 빨간 색의 금지 기능은 모든 영역, 나아가서는 전 세계로 확대되었다.
축구경기장 또한 이러한 빨간색의 관념이 적용되었다.

노랑을 빨강의 하위, 말하자면 빨강의 부차 색으로 보아 노란 신호를 이해할 수 있다.
오랫동안 노랑은 경멸의 대상, 특히 배반이나 배신행위 혹은 허위를 뜻하는 색이었다.
그러나 스펙트럼의 발견으로 사회 규범에서 노랑은 점차 빨강의 아래 계단에 자리 잡았다.
이 두 색을 단계적으로 보았을 때 빨강이 심한 처벌의 색이면 노랑은 자연스레 낮은 처벌, 혹은 처벌에 앞서서 경고를 의미하는 색이 된 것이다.
축구가 새로운 체제를 만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규범을 광범위하게 넓히는 데 공헌하고, 일상적인 말에서 “빨간 카드”라든가 “노란 카드”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기여했다.

⊙ 「검정」, 「신호등」, 「스포츠」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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