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Pig

<미셀파스투로의 색의 비밀>(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1) 돼지는 이상한 동물이다. 우리들의 이미지나 상상력, 만화, 그림책, 다시 말해서 모든 표현매체에서 돼지의 털색은 분홍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돼지털은 가지각색(하양, 크림색, 황갈색, 갈색, 검정, 얼룩무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실과 상상세계의 이러한 차이는 색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형태도 마찬가지다.
그림이나 데생으로 그려지는 돼지는 현실의 돼지와 그리 닮지 않았다.
현실의 돼지는 언제나 더 살쪄 있고, 뚱뚱하고 다리가 짧다.
그림에는 실제 몸과 매우 다르게 ― 나선형의 꼬리, 늘어진 귀, 뽀족한 코 ― 그려진다.

이러한 차이는 인간이 돼지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인간과의 깊은 친밀감이 표시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어떤 동물이나 사물의 도상학적 표현이 현실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은, 그것이 인간의 상상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포도와 포도주의 색을 예로 들 수 있다).

2) 색과 연관해서 돼지에게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분홍의 반대색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분홍색 돼지와 검정색 돼지가 대치된다.
여기에서 분홍이 어떻게 검정의 반대가 되는지 알 수 있다.
돼지가 아니라면 분홍의 반대색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주, 보라, 올리브, 황록색이겠는가.
그렇다고 “분홍이 아닌 색”이라고만 하면 되는 것일까?

⊙ 「동물」, 「분홍」, 「포도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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