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Bull

<미셀파스투로의 색의 비밀>(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황소는 정말 빨간색에 흥분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이 색이 부착된 사물의 움직임에 자극받는 것일까?
이 질문 하나로 사람들이 이끌어내려고 하는 (치료, 미디어, 도시계획 등에서) 이른바, 색의 생리적 기능과 색채 이용의 정당성이라는 문제가 드러난다.
황소가 색보다도 움직임에 흥분하는 것은 분명하다.
황소 앞에서 녹색이나 노란색, 파란색의 천을 흔드는 것이 빨간색의 천을 흔드는 것보다 황소를 덜 흥분시킨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빨강은 ‘흥분시키는’ 색으로 통하고 있다.
특히 서양문화 속에서는 그러한데(그러나 그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빨강은 에너지가 넘치고, 행동으로 몰아가고, 욕망을 깨어나게 하고, 식욕을 북돋우고, 혈액순환을 돕고, 신경을 자극한다는 등으로 말한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빨강이 아닌 다른 색이 더 자극적인 곳도 있다. 예컨대 중앙아프리카에서는 노랑 계열의 색이 더 흥분을 유발하는 색이다.
또 일본에서는 어느 특정한 하얀 색조(이 하얀 색조를 유럽 언어의 특정한 수식어로 지칭하려면 꽤 어려울 것이다)를 적어도 빨강만큼 열광이라든가 흥분, 정열을 불러일으키는 색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나 일본의 황소는 어떤가? 노랑이나 흰색 천을 황소 앞에서 흔들었을 때 물건을 들이받을 만큼 흥분시킬 수 있을까?
농담 같은 이 질문에 실은 동물의 색채지각이라는 큰 문제가 숨겨져 있다.
인간은 다양한 색에 대한 동물의 반응을 비교하는 수많은 실험을 해왔다.
그 결론은 어떤 동물들(원숭이, 꿀벌, 까마귀)은 다른 동물보다 색을 지각하는 능력이 더 커 보이며, 특별한 몇몇 색(빨강, 하양)과 어떤 특정한 색의 대조가 동물을 흥분시키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실험들은 종종 색보다도 빛에 관한 실험이 되어, 인간이 너무 인간중심주의에 빠져 있음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인간중심주의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색의 지각이라는 것은 생물적·생리적 현상이라기보다 사회적·문화적 현상이다.
때문에 인간 자신에게조차 매우 좁은 한정된 지역과 시대에서밖에 유효하지 않으며, 다양한 사회와 조사 대상에 따라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인간은(이 경우 거의 언제나 서양인이며, 인간중심주의에 자국 민족중심주의가 부가되어 있다) 동물에게 인간의 개념과 분석법, 색채 관찰의 척도를 적용하려는 것일까?

⊙ 「색채심리」, 「동물」,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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