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 Cameleon

<미셀파스투로의 색의 비밀>(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도마뱀목의 자그마한 식충 파충류인 카멜레온은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해야 할 동물이다.
꼬리와 다리에는 포착능력이 있으며, 두 눈은 좌우가 별개로 어느 방향으로나 움직인다.
매우 기다란 벌레처럼 움직이는 혀는 곤충을 겨냥하여 재빨리 뻗어 눈 깜짝할 사이에 낚아채 입으로 가져간다.
그러나 카멜레온이 유명한 것은 특히 저 놀랄 만한 ‘보호색’ 때문이다.
물고기 중에도 그런 종류가 있듯이 카멜레온도 피부색을 갑작스럽게 변화시켜 주위 환경에 순응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카멜레온은 주변 환경에 화합하여 포식동물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연구는 무수히 이뤄지고 있지만 카멜레온이 변색할 수 있는 메커니즘의 모든 신비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못했다.
어쩌면 해명되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색채세계에 대한 이러한 특권적 관계 때문에 일찍이 이 동물은 좋지 않은 평판의 대명사가 되었다.
중세의 작가는 카멜레온을 자주 ― 변하기 쉬운 모든 것처럼 ― 위선이나 허위 혹은 배신행위의 상징으로 삼았다.
최근까지 (발자크와 공쿠르 형제도 이 말을 사용했고, 발자크의 경우는 ‘카멜레온 같은’이라는 의미로 ‘카멜레오니앙 cameleonien’, ‘카멜레오네스크 cameleonesque’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어떤 사람이 ‘카멜레온 같다’고 하면 상황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나 행동을 쉽게 바꾸는 태도를 비난하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비유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카멜레온은 이미 나쁜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생활, 상상력, 감성 등 모든 분야에서 일어난 색의 전반적인 재평가작업에 힘입어, 카멜레온은 자연의 모든 색을 즐기는 매우 느낌이 좋고, 화려하며, 활기차고, 즐거운 동물로 인식된다.
카멜레온은 한 사람이 팔레트나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나타낸다는 의미이다.
(오늘날에는 화가나 장식가의 심볼 마크로 사용되는 일이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그림책의 세계도 카멜레온의 독무대가 되고 있으며, 적어도 화려하고 활기차며 성격이 좋은 용(가공의 동물인 용도 현대의 동물우화의 세계에서는 모두 재평가되고 있다)으로 모습을 바꿔 등장하고 있다.
용의 다양한 모험은, 어린이 독자가 다양하게 전개되며 생기 넘치는 색의 세계를 보고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의 이러한 경향에 힘입어 카멜레온이라는 이름은 재평가된 것이 분명하다.
또한 ‘카멜레옹(cameleon)’이라는 발음은 ‘나폴레옹(Napol럒n)’을 떠올리게 한다.
나폴레옹은 확실히 논의의 여지가 많은 사람이지만, 특히 어린이들을 웃게 하는 이름이다.
어린이들은 카멜레온이 ‘대지를 방황하는 작은 사자’라는 그리스어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모른다.
또 중세 라틴어에서 카멜레온이 반은 사자〔半獅子〕, 반은 낙타〔半駱駝〕의 이종교배(異種交配)로 생긴 동물이라는 것도 모른다.
그러나 나폴레옹이라는 말처럼 카멜레온이라는 말이 그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다.
이 말은 일종의 ‘가방―말(mot-valise)’34로 우스운 말장난이다.

⊙ 「황소」,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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