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Night

<미셀파스투로의 색의 비밀>(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밤(夜)은 무슨 색인가?
물론 여러 가지 색일 것이다.

프랑스어에서는 대부분 색의 형용사가 밤에 첨가되어서 누구나 이해할 만한 정확한 의미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하얀 밤”은 한잠도 못 자고 뜬눈으로 지새운 밤을 나타낸다.
“검은 밤”은 달이 뜨지 않는 밤으로, 너무 어두워서 거의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어느 고양이나 다 회색으로 보인다(상대를 분간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것은 또 악몽에 시달리는 밤이기도 하다.
이와 반대로 “분홍 밤”은 잘 잘 수 있고, 상쾌한 꿈을 꿀 수 있는 밤을 의미한다.
(이전 세기의 문장에서는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데도 “푸른 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녹색 밤”이 17~18세기에는 섹스, 도박, 즉 쾌락에 빠지는 밤을 의미했다.
“붉은 밤”은 유혈의 밤, 범죄와 위험의 밤이다.
“푸른 밤”이 지금은 충돌이 난무하는 밤, 갱들이 날뛰는 밤, 범인의 차·열차·건물을 폭파시켜 날려 버리는 밤이 되었다.
다만 “노란 밤”은 존재하지 않는다.
달이 빛나고 별이 반짝이는 밤을 노란 밤이라 하지 않고 “밝은 밤”이라고 한다.

그러나 밤이 상상과 도상체계에서는 어휘만큼 다채롭지 않다.
대부분 어두운 색으로 검정, 회색, 갈색, 더 흔하게는 파랑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그림을 보고 있으면 밤은 검정보다 파랑인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미 중세의 채색법과 회화가 그랬고, 현재는 광고용 포스터나 아동용의 책(아이들이 그린 그림에서는 그렇지 않고, 대부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노란 점이 찍혀 있는 검정이다), 만화에서 밤은 한결같이 파랑이다.
그것은 파랑이라도 짙은 청색으로 “밤의 파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검정과는 확실히 다른 파랑이다.
더욱이 밤과 파랑의 관계는 “밤의 파랑(bleu nuit)”이라는 표현에 매우 잘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독일어(nachtblau)나 영어(night blue)에서도 같다.
그러나 밤을 다른 색과는 함께 쓰지 않는다.
예컨대 “밤의 빨강”이라든가, “밤의 녹색”이라고 하는 표현을 만들지는 않는다.
짙은 녹색이나 갈색에도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밤의 검정”이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옛날에는 거의 검정에 가까운 짙은 회색을 “밤의 색”이라고 했고, “황혼”을 “갈색”(a la brune 또는 sur la brune)이라고 표현했다.
(18세기의 시인 라퐁텐느가 잘 사용했으나 이 표현들은 오늘에도 로맨틱한 시에 인용되고 있다.)
갈색이 여기서는 마치 검정에 이르는 극히 자연스러운 계단인 것 같다.
사실, 나는 블루(bleu)를 발음하면서 여성적인 형용사 브륀(brune, 갈색)과 비슷한 소리의 울림을 듣는다.

⊙ 「돼지」, 「밤색」, 「술 취함」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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