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임화시(淸任和時)
조리 있게 시작하고 조리 있게 끝낸다
<아주 오래된 오늘>(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위대하다. 성인의 도여! 양양(洋洋)히 만물을 발육케 하여 높고 크기가 하늘에 극했도다. 우우(優優)히 크기도 하다. 예의(禮儀) 3백과 위의(威儀) 3천이구나. 그 사람을 기다린 뒤에야 도는 행해지는 법, 그러기에 진실로 지덕(知德)이 아니면 지도(至道)는 이룩되지 않는다”고 했다.
때문에 군자는 덕성을 높이며 학문을 길로 삼는 것이니 광대함에 이르되 정미(精微)함을 다하고, 고명을 극하되 중용을 길로 하고,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며 돈후(敦厚)히 함으로써 예를 존숭할 것이다.
이는 윗자리에 있어 교만하지 아니하고 아랫사람이 되어 배반하지 않아,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는 그 언론이 기용 받기에 족하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엔 그 침묵이 용납되기에 족하나니, 시에 “이미 밝고 또 지혜로워 이로써 그 몸을 보존하는 도다[旣明且哲 以保其身]”라고 한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자신에게 뿌리내리고 나서 민중들에게 증험(證驗)하고, 삼황(三皇)에 상고해보아 그릇됨이 없고, 천지에 세워보아 배치되지 않고, 귀신에게 물어보아 의심이 없고, 백세 후의 성인을 기다려서도 의혹 받지 아니한다.
귀신에게 물어보아 의심이 없음은 천리(天理)를 앎이요, 백세 후의 성인을 기다려도 의혹받지 아니함은 인도(人道)를 앎이다. ●『중용』
여기서 성인은 훌륭한 정치를 하는 임금, 즉 요, 순, 우, 탕, 문, 무, 주공 등과 같은 임금들을 말한다.
성인들의 도는 왕도사상으로 백성들을 인(仁)을 기본으로 다스리는 인도주의 정치사상이다.
성인을 기다린다는 것은 성왕(聖王)을 기다린다는 말로, 마치 이스라엘 백성이 다윗을 기다리는 메시아 사상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군자는 덕성을 높이며 학문을 도로 삼으라고 했다.
윗자리에 있는 자는 교만하지 말아야 하고 아랫사람이 되어서는 배반하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은 중용에서 여러 번 나오는데 교만과 배반은 중용사상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기독교에서도 교만한 천사가 타락하여 사탄이 되었다고 하듯이 교만은 죄의 핵심이다.
배반은 멸망의 길이며 회개하고 돌아와야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
도가 있을 때에는 언론이 기용되고, 도가 없을 때엔 침묵하고 예지로 그 몸을 보존하는 것이 군자의 소치이다.
여기서 명철보신(明哲保身) 사상은 잘못하면 현실도피로 오해받을 수 있으나 원래 명철이란 천하의 사리에 통달함으로써 재난을 받지 않도록 하라는 말이다.
즉 공자의 가르침에서 수사선도(守死善道) 살신성인(殺身成仁)이 명철보신의 근본정신이다.
맹자는 말했다. 성인 중에서 백이는 청렴했고, 이윤은 사명감이 뛰어났고, 유하혜는 조화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공자는 성인 중에서 때를 잘 맞추어 일해나간 사람이다.
공자 같은 사람을 가리켜 집대성한 자라고 하는 것이다.
집대성했다는 것은 금속 소리를 울린 데다가 옥 소리를 떨쳐내어 조화를 이룬 것이다.
음악에서 각 음이 하모니를 이루는 것과 같이, 금속 소리를 울린다는 것은 처음에 조리 있게 시작하는 것을 말하고 옥 소리를 떨쳐낸다는 것은 조리 있게 끝낸다는 것이다.
조리 있게 시작하는 것은 지(智)가 할 일이고 조리 있게 끝맺는 것은 성인이 할 일이다.
공자를 가리켜 집대성한 사람이란 것은 오직 그만이 이 모든 것을 다 겸해 가졌다는 것을 뜻한다.
청임화시(淸任和時), 즉 청렴하고, 사명감 있고, 조화시키고, 때를 잘 맞추는 기질을 겸비한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공자만이 집대성한 분이란 말이다.
한번은 공자가 악당들에게 포위되어 죽게 되었다.
제자들이 근심하고 있을 때 공자는 태연하게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불러 동행하던 제자들을 위로했다.
제자들이 놀라서 선생님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묻자 공자는 “하늘이 문왕 후 5백 년 만에 처음으로 문(文)을 지니고 있는데 나의 생명을 끊어버릴 이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참으로 사명감이 강하고 신앙이 깊었던 사람이다.